서대문 김치찜의 원조, 서대문 한옥집.
조금 과장을 덧붙여 말하자면 김치찜의 원조라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학생시절부터 학교 옆의 한옥집을 드나들어 김치찜을 전통 음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되려 중년층 어른들은 김치찜을 잘 모르는 경우를 2000년도 중반까지만 해도 종종 보아, 어쩌면 김치찜을 대중적인 음식으로 끌어올린 것은 한옥집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치찜을 대중에게 전파했다 할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다보니, '서대문 김치찜' 이란 이름으로 활개를 치는 곳도 있으니, 처음 가본다면 주의해서 찾아가야한다. 맨날 딸이 포장해오는 한옥집 김치찜 먹고 마음에 들어하던 우리 아버지가 처음으로 직접 한옥집을 찾아간 날, '서대문 김치찜' 에 잘못 가서 2인분을 포장해오고서는 맛이 변했다며 젓가락을 내려놓은 작은 일화도 있다! 한서대문 역에서 나와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서대문 김치찜' 이란 간판이 눈에 확 띄니, 꼭꼭 주의해야한다.
메뉴는 이것저것 있지만, 중요한 것은 '김치찌개'와 '김치찜' 두 가지. 계산하기 쉽게 균일가 7000원이다.
05년도에는 김치찌개와 김치찜 딱 두 개의 메뉴 뿐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수육과 만두가 추가되었다.
찌개고기는 원체 넉넉하니 추가할 필요는 없고, 찜고기는 전에라면 상관없었을 것 같은데, 요즘에는 조금 줄어든 듯한 느낌도..
1인 1메뉴 주문이니 유의해야한다. 4인 테이블 하나당 찌개 하나 놓고 나머지는 김치찜을 먹으면 모두 만족! 2인이서 가면 '찜하나 찌개 하나요' 라 주문하면 된다.
간단한 기본찬. 당면은 좀 굳어있었다.. 어차피 본판이 나오고 나면 김 외에는 거의 손이 안 간다. 라면사리는 무한리필이라 하나, 매번 배불리 먹고 나와 굳이 리필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메인인 김치찜! 사진에 나온 것은 1인분 기준이다. 1인분이어도 김치찌개 두고 먹으면 충분! 하지만 혹시나 싶어 자를 때 조금 작게 자르긴 했다.
김치와 함께 푸욱 쪄낸 고기는 푸딩수준으로 말캉말캉하다. 비계부분은 쫄깃쫄깃함 없이 부들부들하나 혀 끝에서 녹아주고, 고기도 퍽퍽함 없이 하나하나 연하고 촉촉하다!
..고 하고 싶지만 요즘에는 가끔 살짝 퍽퍽한 부위가 걸릴 때도 있다. 주로 비계가 적을 때에 고기가 살짝 퍽퍽한데, 혹시 예전과는 달리 다른 고기 부위도 넣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맛없다는 평이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야들야들한 고기를 사랑하기에 그런 부위가 걸릴 때면 조금 아쉽다.
그래도 이 날은 비계가 잔뜩 붙은 야들야들한 조각
김치에 쌈싸듯 먹어도 맛있고, 고기만 먹어도 맛있고 김치만 먹어도 맛있고! 하지만 국물에 밥 말아먹기에는 좀 짜다..
이전에 친구따라 대학가에서 시켰던 김치찜의 김치는 힘 없이 입 안에서 흐물흐물거려서 얼마 못 먹고 나왔는데, 한옥집의 김치는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함이 살아있다:)
부주인공인 김치찌개! 김치찜의 위세에 밀려, 걸맞은 대우를 못 받고 있는 비운의 찌개다. 쫄깃쫄깃한 돼지고기들이 듬뿍 담겨나온다. 국 한 숟갈에 고기 한 점 먹어도 될 듯한 푸짐함!
익히지 않고 나오기에, 바글바글 끓이다가 중간에 라면을 넣으면 된다. 돼지고기로 가득한 냄비다보니 국물이 상대적으로 적어, 먹다가 어머니에게 '육수 주세요~' 하면 다른 주문들 처리하시고 와주신다.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오시는 데에 조금 걸릴 수는 있다.
찾아간 때는 일요일 오후 6시가 되기 조금 전으로, 사무실들에 둘러싸인 위치임에도 무려 일요일에 앞에 두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다 먹고 계산하고 나가려던 때는 더욱 북적북적.
그래도 입구에서 들어왔을 때 정면, 좌측, 우측 모두에 의외로 널찍하게 자리가 펼쳐져있어, 항상 문전성시 상태임에도 오래 기다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엔간하면 회사원 많이 몰리는 평일 점심시간은 피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듯.
직장인 맛집의 특성상, 어머님들이 분주하시다보니 딱히 서비스가 있지는 않다. 서비스가 좋을 것도 없지만, 나쁠 것도 없다고 할까. 적어도 이 정도 사람 많으면 다른 식당에서는 눈치줄만도 한데, 한 번도 늦게 일어난다고 눈치받은 경험이 없다. 눈치 주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으시겠지만! 많이 바쁠 때엔 반찬 리필이나 육수 리필을 잠깐 깜빡하실 수도 있으니 그러려니 해야 할 것이다.
입구에서 정면쪽 자리. 좁아보이지만 얼추 4인석 20테이블 정도 들어가 있다.
서대문 원조 김치찜, 한옥집. 내년이면 (정식)개점 10주년을 맞이하는데도 왠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던 듯한 친숙함이 있다. 커다란 시골집 같은 한옥에 자리잡아, 주력메뉴 하나로 승부를 건 한옥집. 초창기부터 찾아왔던 사람들은 2000원 오른 가격에 불만을 표하기도, 양이 조금 적어진 것 같다는 말도 하지만, 그래도 찾아와보면 하나도 변하지 않은 한결같은 분위기에 '나의 착각이었나?' 갸웃하기도 한다.(분명히 쪼끔 양이 적어진 것 같긴 한데....)
서대문 충정로 서울역 독립문 광화문 꽈악 쥐고 있는 동네 맛집 서대문 한옥집. 서대문 근처에 들릴 일이 있다면 조금 발품을 더 팔아서라도 가볼 가치 있는 곳이다:)
AM 10:00 ~ PM 10:00
02-362-9653
서울시 서대문구 냉천동 178번지
(뒷골목에 있기에, 스마트폰 지도앱에 찍어서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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