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가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언제부터 일까?
안암동 K대학교의 전통주 사랑은 잠시 제쳐두고. 식사 후에 막걸리 한 잔이 '멋스러운' 루트로 여겨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 듯 하다. 막걸리가 2차의 주인공인 '막걸리 마시러 가자!' 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것이 09년도 느즈막한 겨울 즈음. 쌀쌀한 가을 바람을 타고 옛 것에 대한 향수가 피어오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친다.
'멋스럽다' 하면 떠오르는 동네는 홍대가 아닐까. 압구정이나 강남의 번쩍거리는 화려함과는 달리, 톡톡 튀는 개성과 개개인의 내실이 쌓인 멋이 있는 곳. 대학문화의 중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홍대에서 막걸리 트렌드를 주도한 가게 [월향]에 꽤 전부터 가고 싶었으나 이제야 들르게 되었다. 워낙에 유명한 탓에, 적어도 09년도 초에는 생기지 않았나 했는데.. 웬걸, 10년도 2월에 오픈했다 한다. 1년이라는 단기간 내에 매니아와 단골을 확보한 것은, 막걸리라는 블루오션에다가 정성을 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존의 막걸리 집에서는 막걸리, 동동주 정도의 선택권이 있었다면 월향은 막걸리에도 각각의 이름과 전통, 그리고 그 세월에서 우러나오는 스토리가 있다는 점을 소개해주는 곳이 아닐까.
와인에도 각각의 이야기가 있듯이, '우리 것'인 막걸리에도 관심과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 홍대 막걸리 전문점 월향.
월향. 500ml 6,000원 / 1L 10,000원
월향의 酒는 크게 4파트로 나눌 수 있다. 가게의 이름을 딴, 총 4단계의 월향 막걸리들 (월향/월향호프식생막걸리/월향특주/월향원주/월향청주), 칵테일 막걸리, 한국 각지의 막걸리와, 한국 전통명주들. 주도가를 자처하는 남학우들과 함께 왔더라면 한산소곡주나 죽력고를 시도했을지도 모르나, 가볍게 낮술 하기 위해 들린 여대생 둘은 얌전하게 앞의 3파트 중에서 나누어 주문을 넣었다.
월향 막걸리들 중 1단계 기본 막걸리인 월향이 첫 타자. 명성이 자자한 가게에 들려 설레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잔을 입에 대었다. 둘이서 잠시 맛을 음미하고.. "괜찮네." 술 자체가 주인공이기보다는, 친구와의 기분 좋은 술자리에서 곁에 두어 따라 마시기에 좋은 정도의 술.
꿀 막걸리 500ml 8,000원 / 1L 13,000원
양봉장에서 직접 가져온 꿀을 저어 넣어 주는 퍼포먼스, 에 대한 글들을 보고 기대하며 시킨 꿀 막걸리. 맑은 꿀이 진하게 꿀럭꿀럭 따라지는 모습에 두 손님 모두 만족. 각자의 간에 따르기 전에 휘휘 저어주어야 바닥에 꿀이 진득하니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딱 상상하는 정도의 맛과 달달함. 친구가 꽤나 좋아해서 다음에 또 가게 되면 다시 시켜야 겠다는 생각.
훈제오리와 새싹 13,000원
배고픈 친구를 위해 주문한 안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깔끔한 그릇에 정갈하게 담겨나온 새싹오리. 한 점 한 점 젓가락으로 곱게 집어 먹었다. 막걸리집, 하면 왠지 평범한 김치전이나 해물파전이 생각나는데, 안주 하나도 예쁘게 세팅되어 나오니, 역시 젊음의 거리 홍대답다는 생각.
꿀 막걸리를 비우며 슬슬 취기를 느끼던 때, 종업원 분이 오셔서 작은 잔 두 개를 앞에 놓아주신다. 앙증맞은 잔에 감탄하고 있자 시음해보라는 뜻으로 알밤 막걸리를 내어주신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작은 친절에 월향에 흠뻑 반해버렸다.
송명섭 막걸리 500ml 8,000원 / 1L 13,000원
알밤 막걸리 500ml 6,000원 / 1ㅣ 10,000원
송명섭 막걸리는 무언가를 첨가하거나 와인처럼 디캔팅을 한다거나 하지도 않은, 평범하게 잔에 담겨 나온 막걸리인데.. 이거, 블로그들에서 송명섭 송명섭 하는 이유가 있었다. 한 입 머금는 순간 친구와 함께 눈이 동그래져서 '맛있다!' 저절로 외치게 만드는 맛. 월향 기본 막걸리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주는 맛. '이것이 바로 막걸리인가' 하며 둘 다 신나서 마셨다.
서비스 알밤 막걸리에 이어 송명섭 막걸리를 내어오며 종업원 분이 조용히 말하신다. 주문했던 소백산 대강 막걸리를 냉장보관하면서 조금의 문제가 있었는데, 매니저 분이 모르고 주문을 받으신 것 같다고. 직접 맛을 보니 조금쯤 맛이 변질된 것 같아서 그러는데, 혹시 주문을 바꾸시는 건 어떻겠냐는 팁을 주신다. 시음주에 만족한 고객 둘은 알밤 막걸리로 주문!
사실 막걸리 맛이 조금 변질되었다 하더라도 여대생 둘이면 고개를 갸웃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인데, 다소간의 손해를 볼 각오를 하고서도 이를 일러주는 모습에 다시금 감탄. 고객을 생각한 서비스 정신에서 나온 친절이건, 가게의 막걸리 맛에 대한 프라이드에서 나온 행동이건, 이런게 격이 느껴지는 모습이 아닐까:)
알밤 막걸리는 어릴 때 먹던 알밤 관련.. 과자? 아이스크림? 사탕? 무언가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꿀막걸리와 알밤막걸리 모두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술인 듯. 다만 송명섭의 임팩트가 워낙에 커서, 마무리를 송명섭으로 했으면 좋았을걸- 하고 둘 다 아쉬워했다.
매운닭볶음 1~2인용 20,000원 / 3~4인용 30,000원
이 날의 메뉴 중 아쉬운 메뉴를 꼽으라면 닭볶음. 감자는 푸욱 익어 부드러운걸 좋아하는데 조금 딱딱했고, 닭은 양념이 잘 들지 않아 밋밋한 느낌이었다. 자극적인 맛에 익숙하다보니, 닭 한 입에 국물 한 스푼 떠서 마시게 된. '별로다!' 평할 정도는 아니지만, 월향에 워낙에 유명한 안주가 많다보니 가급적이면 다른 안주로 주문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마약두부나. 치즈김치전이나. 모둠전이나..! 꼭 먹고 싶었지만 점심을 거른 친구를 위해 조류로 안주를 통일했더랜다.
월향1, 2호점에는 공통적으로 '낮술 환영' 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재미있는 문구라며 웃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결코 빈말로 '낮술 환영'이 아니다. 낮 12~4시 사이에 방문 시 막걸리류 50% 할인이라는 훌륭한 낮술 제도가. 지갑이 가벼웠음에도 들어가 푸짐하게 먹고 나올 수 있는 비결이었다. 막걸리 4종과 안주 2종을 더해 5만원대에서 즐길 수 있어 마음도 푸짐해진 하루.
자신이 주문한 막걸리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종업원 분이 하나씩 내어주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위에 언급한 서비스와 배려까지 더해, 가 본 음식점 중 가장 기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준 곳! 붐비는 시간대에 가면 종업원 부르기가 조금 힘들다는 이야기가 조금 있고, 낮술 할인제도도 있고, 여유로운 대학생이라는 점을 합하여.. 조만간 또 낮술 하고자 홍대로 놀러가게 될 것 같다.
월향 1호점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5-5 2층
02-332-9202
월향 운영을 맡고 계신
이어영 기자 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yiyoyong
트위터 @yiyoyong
twtkr에 #월향당_ 도 있으니, 트윗 하시는 분들은 들려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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