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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먹고

[연남동] 연남동 13 -> 반미 전문점 LieLieLie로 업종 및 상호 변경


※ 본 포스팅에 나온 가게는 베트남 식 샌드위치 '반미' 전문점 LieLieLie란 가게로 업종 및 상호를 변경하였습니다. (사장님은 동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동네 와인바, 연남동 13.


이 곳 저 곳 맛집 기웃거리며 다닌지 벌써 9년차. 요 근래에 초기에 다녔던 맛집을 다시 들르게 되면, 종종 받는 느낌 중 하나가 "참 상업적으로 변했네" 다. 몇 년 전에는 참 풋풋하고 편안한 느낌이었으나, 어느샌가 그저 이 가게는 생업일 뿐이란 느낌이 강해지는 순간이 온다. 이런 느낌은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모습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일하는 가게에 애착, 혹은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겐 주인의식이 있다. 하지만 그저 또 하나의 생업수단이 되어버렸을 때에는 그러한 자부심을 느낄 수가 없다.


상업적인 느낌이 나는 가게들에 지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지, 요즘엔 주인이 애착을 갖고 자신의 가게자신의 작품이라 느끼는 골목 구석구석의 맛집들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


그 중 하나가 우연히 발견한, 13년 10월에 오픈한 연남동 13.






정확한 상호는 13 이라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 13으로 검색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래야 나올 수 없으니, "연남 13" 혹은 "연남동 13"으로 검색해서 찾았다.


오픈 초기의 작은 가게. 높은 천장을 가진 테이블 6개, 12석의 가게에 들어서면 마치 요리하는 친구의 스튜디오에 초청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친구들을 위한 작은 홈파티를 열기 위해 마련된 공간 같다나? 왠지 음식들도, 가까운 친구들에게 한껏 뽐내기 위해 정성들여 요리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단촐한 메뉴판. 하나의 메뉴판을 창가 쪽에 전시해, 바깥의 손님들이 메뉴판을 확인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러고 손님이 착석하면 그 메뉴판을 가져다 손님에게 주는 식!


음식은 맨 앞면에, 뒤에는 2~3만원대의 와인(바틀)들이 있다. 2~3만원에 와인 한 병이라니!



안타깝게도 같이 간 남자친구는 술에 약하고, 나는 유독 과실주에 쉽게 취하다보니 하우스와인 한 잔 (6,000) 씩만 시켰다. 레드/화이트의 선택지가 있다.



감바스 Gambas al Ajillo (14,000)

스페인 식 새우요리 감바스! 위에 얹혀진 건 크레숑인 듯 하다. 함께 나온 빵 위에 얹어먹기도 한다는데, 새우를 조리한 저 매콤한 오일에 찍어먹으면 충분하다. 생새우의 탱글탱글함과 오일에 조리한 따끈함, 마늘의 매콤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새우매니아들을 위한 훌륭한 메뉴.


쉽게 요리해 맛있는 메뉴가 나와 많이 팔 만도 한데 아직 스페인 음식점이나 와인바 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요리. 신촌에 오픈한 "새우 전문점"이 있다는 소식에 부푼 마음 안고 찾아갔으나, 동남아 느낌의 생새우요리와 새우튀김만 팔고 있었다.. 감바스 팔 만도 한데..

이전에는 광화문 E모 스페인 음식점의 "새우 까수엘라(감바스)"를 좋아했는데, 이사님과 상사를 모시고 갔다가 35분 가량 기다리게 한 성의없는 서빙을 받고 다시는 안 간다. 사과나 설명 하나라도 잘 해줬으면 모르겠는데, 모든 종업원이 "제 담당 아닙니다"의 태도를 보여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지갑으로 대해지는 느낌이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감바스만 시키면 조금 부족할 수도 있으나, 빵과 함께 나와 든든히 먹었다. 메뉴에 없지만 1,000원에 빵도 추가할 수 있다(후에 가격이 바뀔수도). 하나로는 부족할거 같다 싶으면 빵 하나 추가해달라 미리 말하는 것도 좋을거다.


E음식점에 발길을 끊은 이후로 "가까운 거리에서 튀김도 구이도 스시도 아닌 새우를 먹을라면 이제 어딜 가야하지?" 고민하던 나에게 내려진 해답, 연남동 13. 매콤 짭짤 탱탱한 새우와 속살이 보드라운 빵에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까지! 맛있는 음식에 마음까지 달뜨는 기분이었다.



라구 콘킬리에 Ragu Genovese Conchiglie (12,000)

직역하면 "고기소스(라구) 조개모양 파스타(콘킬리에)". 요즘에는 "파스타=스파게티 면"의 공식이 많이 깨진 것 같아 기쁘다. 푸실리를 쓴 크림파스타, 서울 곳곳에서 라자냐도 콘킬리에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괜히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조개모양의 면이 미트소스를 포옥 끌어안고 있어 먹기도 편하고 귀염귀염하다. 처음에는 의아한 표정을 짓던 일행도 먹다보니 재미있어하는 눈치. 토마토미트소스는 항상 맛있다.



빵 추가 (1,000) + 바질 페스토

위에도 말했지만, 감바스와 함께 나온 빵이 정말 보들보들했다. 아기 볼살처럼 부들부들 푹신푹신한 느낌.

카페 마마스처럼 특정 빵집에서 주문해오는건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반죽을 가져다 직접 굽는다 하셨다. 아, 직접 구워서 맛있는거였나! 그럼 빵이 아니라 반죽을 따로 떼어오는건가? 하고 질문이 새롭게 피어올랐지만 너무 캐물으면 실례일 것 같아 질문을 중단했다.

남은 감바스 오일에 빵을 찍어먹고 있자니 "찍어서 드세요~" 하면서 바질페스토를 따로 내어주셨다. 이렇게 두 개 세트로 2,000이어도 참 착한 가격일 것 같은데, 1,000원이라니. 이미 빵을 반 정도 먹은 상황이어서, 페스토를 꽤 많이 남겨버렸다. 왠지 죄송한 느낌..ㅜㅜ



(가는 길 헷갈릴까봐 한 컷)



가고싶다 벼르고 벼르던 맛집. 처음 방문했을 때 오픈 시간 전이어서 (5시경 오픈한다고 한다) 발길을 돌렸던 적이 있어, 더 기대하게 된 맛집이었다. 다녀온 소감은 "다시 가고 싶다", "단골이 되고 싶다" 이 두 가지 정도일까.

깔끔한 서비스용 친절함보다는, 사람 좋은 미소로 손님을 대하는 편안한 가게였다. 쉐프인 듯한 분이 꽤 어려보였는데, 웃으실 때 천진해보여서 더 어려보이는 것 같았다. 스물후반이 되니 진심어린 미소/천진한 미소/의례적인 미소/억지로 짓는 미소 가 너무 쉽게 구분되는 것 같아서 슬프다. 내가 짓는 표정은 어떤 표정일까 궁금도 하고..


개인 스튜디오를 한 켠 개방해 차린 듯한, 조용하고 편안한 연남동 13. 친구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기 위해 연 것만 같은, 사람 느낌 나는 와인바. 친구들과 조곤조곤 이십대 후반의 일상 이야기 주변 이야기 고민과 걱정 나누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다음에 들를 때엔 꼭 카메라를 들고 가 제대로 찍어주고 싶은 가게다. 폰카 포스팅을 하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다.





13 (연남동 13, 연남 13)

영업시간  17:00 ~ ? 휴무 미정.

아직 오픈 초기라 그런지 쉬는 날은 뚜렷히 정해져있지 않다 한다.
연남동은 연희동 맛집거리와도 홍대와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 내에 있으니, 플랜B를 세우고 가는 것을 권함.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7-5

'커피리브레' 와 '천가게 바람'과 한 골목 너머로 마주하고 있다. 입구는 45도 각도로 언덕 위 큰길을 올려다보고 있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오픈 시에는 작은 간판을 내놓지만 문이 닫혀있을 때는 별도의 간판이 없기 때문!
문만 열려있으면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위치에 있다. 못 찾겠으면 네이버지도에 정확히 나와있으니 참고할 것!

전화번호  없음 (괜히 숨은 맛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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