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맛집들을 다니다보면, "아무에게도 소개시켜주고 싶지 않은 숨은 맛집"을 발견하곤 한다.
2012년도에 즐겨가던 크래프트 웍스가 그렇고, 지금 소개하고자는 "브라이 리퍼블릭"도 그런 경우.
헌데 브라이 리퍼블릭도 어차피 이미 주한 외국인 포털사이트에서 맛집 전체 2위를 하고 있는 등 명성이 높아, 어차피 곧 크래프트웍스처럼 내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지겠구나.. 체념하고 올린다. 어차피 유명해질거라면 조금이라도 먼저 올리겠어!
2014년도 6월 현재 국내 유일의 남아공 맛집, 브라이 리퍼블릭.
딱히 숨어있지는 않은데, 이태원 시장골목 자체가 조금 복잡한 느낌이라 지도 앱에 찍고 가는게 나은 곳.
시장골목 진입 후 삐딱한 사거리에서 밑으로 조금 내려가면 있다.
미리 세팅되어있던 레드/화이트 와인과 부드러운 맛의 남산 필스너. 이제는 이태원 뿐만 아니라 홍대, 강남에서도 크래프트웍스 Brewery의 맥주와 맥주잔들을 공급받는 업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크래프웍스 부부 분들 큰 돈 버셨을 듯..
이태원 맥주집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한 외국인들 사이의 개방성과 결속력을 볼 수 있다. 브라이 리퍼블릭의 사장인 Chris의 말로는, 브라이 리퍼블릭의 시초는 맥주 옆에 놓여있는 저 육포라 한다. 사장님은 고향의 육포 맛이 그리워 직접 육포를 만들기 시작했고, 친구들 사이로 육포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 이태원 군데군데의 외국인 펍들에 육포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한다.
이거 한 번 본격적으로 해볼까? 싶어 생겨난 가게가 브라이 리퍼블릭!
시그니쳐 육포(?)답게 특이하다. 힘줄도 그대로 느껴지고, 분명 건조한테 묘하게 촉촉하다. 구깃구깃 구겨져있는 미국식 육포와는 달리, 마치 타다끼마냥 단면이 매끌매끌하다. 소고기로 만든 육포 맞냐며 감탄하는 말에 사장님은 아니라고, 저기 저 가죽 벗겨놓은 스프링벅으로 만든거라며 웃으며 말했는데.. 아나 농담이셨던거 같다.. 육포가 되기에 스프링벅은 너무 귀여워..
남아공 국가 상징 동물인 스프링벅. 브라이 리퍼블릭에 가면 스프링벅 인형과 스프링벅 박제 두상(....), 스프링벅 가죽(.....)
등의 형태로 만날 수 있다.
남은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며 주문한 사이드 메뉴, 치즈와 올리브가 올라간 마늘 빵 (Garlic bread topped with olive and cheese. 8,000). 남아공 출신의 직장 상사께서 Chris와 친해 이것저것 주문할 수 있었다.
일행 도착 후에는 촉촉한 치킨파이와 그레이비!! (10,000) 도 나왔는데, 사진 찍을 틈 없이 다들 먹어버려서 사진이 없다.
한국에서 먹는 그레이비는 주로 돼지고기 베이스여서 아쉬웠는데, 브라이 리퍼블릭의 그레이비는 치킨 베이스!!
너무 반가워서 파이 한 조각에 듬뿍듬뿍 그레이비 뿌려서 먹고 리필까지 받았다. 주변에서는 느끼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메인메뉴인 "고기 한 상" Meat Platter. (30,000) 브라이 리퍼블릭의 대표 메뉴. 2종의 소세지와 양고기 2조각, 덜 으깬 매쉬 포테이토, 코울슬로우와 크림 스피니치(시금치) 가 나온다.
"양고기"하면 대부분 "잡내"를 떠올리는데, 조리법이나 양념에 무언가 있는건지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다. 사장님이 느끼하면 찍어먹으라며 내준 민트소스도 거의 안 먹었다.
주문을 내올 때 서버분이 소세지 부터 먹으라 조언을 해주는데, 이 이유는 소세지에 들어있는 육즙 때문!
갓 나온 따끈따끈한 상태일 때 안의 육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식기 전에 서둘러 먹으라 하신다.
같이 갔던 회사 언니도 소세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감탄하게 만든 메뉴!
메인메뉴 주문 후 7,000원 추가하면 양고기 스테이크 한 조각 씩 더 나온다. 하지만 배불러서 모두가 추가로 나온 스테이크들을 남겼다는 후기..
이건 회식 이후 따로 갔을 때 먹은 Lamb Chops (1) (19,000). Lamb Chops 1과 2의 차이는 사이드메뉴에 있다. (1)을 주문할 시 으깬 고구마와 크림 스피니치가 곁들여져 나온다. 조금 많이 이른 저녁 16:00에 2명이 가니 각자 스테이크 한 조각씩 먹고 배불러했다.. 뼈가 붙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스테이크 양이 많다.
브라이 리퍼블릭의 주력 주류 2종, Savanna와 Starbokkie.
기껏 남아공 맛집에 왔는데, 여기 와서까지 크래프트 비어만 먹으면 아깝지 않은가..?
카프리마냥 레몬 쏙 들어가 나온 병맥은 남아공의 대표 애플 사이다 사바나 드라이 (6,000). 우리가 아는 사이다는 soda로, 과실주 cider는 다른 개념. 맥주보다 쎈 도수를 자랑한다. 6도 였나..?
하지만 맥주보다 쎔에도 불구하고 알코올을 거의 느낄 수 없어, 음료처럼 홀짝홀짝 마시다가 훅 가기 일쑤라며 사장님이 추천해주셨다.
아프리카의 사바나에 온 것 같은 실내 분위기, 외국인만으로 가득한 술집, TV에 나오는 남아공 럭비 경기 녹화 중계, 천정에서 느릿느릿 돌아가는 팬에 사바나 한 병까지 곁들이니 한국이 아니라 사바나 인근 마을의 음식점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절로 추욱 늘어지는 편안함이 있는 시간이었다.
그와 반대로 지극히 한국 같았던 회식자리ㅋㅋㅋ
남아공에서 가장 사랑받는 술인 아마룰라를 올린 샷, 스프링보키 Springbokkie (5,000/잔).
샷인만큼 한 입에 훅 털어넣어 마셔야 한다. 베일리스보다 진하고 부드러운 크림 리큐르 아마룰라와, 화사한 에메랄드 색의 민트 리큐르를 마시면 맛이 딱 민트 초코 같다! 맛으로 느끼기에는 머드쉐이크랑 도수가 비슷하거나 약할 것 같다.
하지만 달달한 맛과 깜찍한 외관과 달리 소주보다 약간 약하다는 도수..
함부로 먹다가 순식간에 훅간다.
회식날 저 Springbokkie 를 몇 판을 마셨는지.. 헌데 상사님은 즐거운 표정이셨다. 고향에서 가장 사랑받는 술이라며 아마룰라를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한국인 직원들이 고향의 음식들을 좋아하는 것이 기쁘셨던게 아닐까 싶다.
계산할 때는 표정이 좀 어두워지셨을지도....................................
식사의 마무리, 아마룰라 치즈케이크!! (7,000)
모든 메뉴가 맛있는 브라이 리퍼블릭이었지만, 특히 이 치즈케이크 안 먹으면 브라이 리퍼블릭에 갔다왔다 할 수 없다!!
전통적인 치즈케이크에 아마룰라를 섞어 만든 결과물은, 지금껏 처음 느껴보는 진한 달달함의 치즈케이크.. 미국에서도 호주에서도 많은 치즈케이크 전문점을 가보았지만, 살면서 먹은 어떤 치즈케이크보다 맛있었다. 가볍게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치즈케이크가 있다면, 아마룰라 치즈케이크는 숨막히도록 달콤하다 할까.
바닥의 크러스트 부분마저 맛있었다. 입자가 굵은 과자를 부숴 으깨 만들어 단단하고 달달. 남자친구는 먹다가 너무 달다며 조금 힘들어보였지만, 회식 날에 동석해있던 언니와 친구는 둘 다 너무 맛있다며 두고두고 생각난다 감탄했다. 개인 페북 계정에 올린 브라이 리퍼블릭 소개글을 보고 간 학교 친구도 치즈케익이 너무 맛있었다며 감탄에 감탄을!!
정말. 진짜. 여자로 태어났고 디저트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꼭 꼭 먹어야 하는 메뉴.
주말 낮의 16:00 즈음의 실내 전경. 사장님이 럭비 마니아이신지, 방송은 물론 팀 유니폼과 상징 인형, 그리고 우승컵도 장식되어있다.
금요일 밤 20:00경, 회식날 전경. 데이트 온 한국인 커플은 분위기가 낯선지 묵묵히 식사를 하고 계셨다.
이태원의 많은 외국 술집들이 그렇듯, 주문은 영어로만!
(하지만 주문 말고 한국어로 대화 걸면 받아주시기도 한다.)
벽면에 걸려있는 거대한 얼룩말 가죽과, 불쌍한 스프링벅 가죽..ㅜㅜㅜㅜ
진짜인가? 진짜인가? 가서 살펴보니 진짜다. 스프링벅과 얼룩말의 아랫배에 있는, 상처를 꿰멘 자국과, 역시나 굵은 실로 꿰메 닫아 가죽에 밀착시킨 얼룩말의 콧구멍과 귀와 눈꺼풀.........
왠지 불쌍해 쓰다듬어 본 스프링벅의 털은 생각보다 억셌다.. 힝..
박제된 스프링벅 두상. 왠지 얘도 진짜일 것 같다...
뿔에는 세계 각국의 지폐들이 꽂혀있다. 만원짜리도 두개나 보였다!
사장님이 외국돈을 받으면 기념삼아 꽂아놓는게 아닐까? 하고 언니랑 추리하고 물어보니 사장님은 웃는다.
자신이 꽂은게 아니라, 손님들이 와서 술마시다가 흥이 겨우면 벌떡 일어나 자기 나라 지폐를 하나씩 꽂아놓는다 한다.
남아공의 상징동물 스프링벅, 남아공 맛집 브라이 리퍼블릭을 지키고 있는 스프링벅에게 주는 일종의 팁인 것인가?
저 뿔에 꽂힌 지폐 수 이상으로 많은 손님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간 곳, 이태원 브라이 리퍼블릭.
한 편으로는 숨겨두고 싶지만, 한 편으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맛집. 아직 남아있는 취직턱들은 전부 이 곳에서 쏘기로 했다!
브라이 리퍼블릭 BRAAI Republic
4인용 테이블 9~10개 정도. 주한외국인들 포털사이트에서 맛집 2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이미 외국인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
토요일 저녁 타임은 예약 없이 워크인으로만 운영한다.
영업시간 화~금 17:00 ~ 23:00
토, 일 12:00 ~ 23:00
월요 휴무
주소 용산구 이태원동 63-4, 2층
전화번호 070-8879-1967
홈페이지 http://braaisk.wix.com/braai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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