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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먹고

[종각] 탑클라우드 Top Cloud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4대문 안에 살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특히 고등학교가 서울 중심부에 있다보니, 곧잘 광화문과 말끔해진 청계천, 그리고 종각 부근까지도 다니곤 했었는데요.
덕분에 종각의 랜드마크인 종로타워, 그리고 그 최상층에 위치해있다는 탑클라우드에 대해 긴 기간 동경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느샌가 "1주년 때는 남자친구와 탑클라우드에 가겠어!" 하던 여고생은 대학도 졸업하고, 큰 마음 먹고 1주년 기념 식사로 남친을 탑클라우드에 데려갈 수 있는 직장인이 되어있네요 :)


맛에 대해서는 이모저모 평이 많지만, 프로포즈나 기념일 등 특별한 날을 빛내주기에는 손색없는 종각역 탑클라우드 방문기입니다.




탑클라우드는 '부페'와 '양식'으로 구분 되어있습니다. 대학생 커플이거나 여자친구들끼리 분위기 내보고 싶은 경우에는 조금 더 가격이 착한 '부페를', 연인과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은 사회 초년생들이라면 양식을 추천드립니다.

자리도 따로 배정되어있고, 전반적으로 양식 쪽이 더 고급스럽습니다. 서버 분들은 양 쪽 모두 친절하시지만요!



메뉴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새로 뽑는 것인지 빳빳하니 깔끔했습니다.

총 3종의 코스메뉴 중, 저희 커플은 Propose 프로포즈 세트 (85,800 VAT 포함)과 Gourmet 구르메 세트 (107,800 VAT 포함)로 주문했습니다. 왠지 프로포즈 세트만 둘 시켜 먹자니 조금 아쉬워서..!

부드러운 안심 좋아하는 남친에게 구르메를, 조금 더 치감 있는 고기를 좋아하는 저는 채끝 등심이 들어간 프로포즈 세트를 선택했습니다.



일찍 퇴근 시켜주는 회사 덕분에 가장 먼저 도착!

탑클라우드 양식당의 경우, 부페와 이어져있으며 을지로/광화문 쪽을 바라보는 좌석들과 양식당만 따로 분리되어있어 청와대/인사동을 향한 좌석들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빨리 예약하면 을지로/광화문의 번쩍번쩍 빛나는 빌딩숲과 불빛을 관람할 수 있지만, 저희 커플은 예약일 나흘 전에 하루 예약을 미루게 되어서 청와대/인사동 방면으로 예약되었네요.

처음엔 조금 아쉬웠지만, 조용히 대화하기에는 청와대 방면이 더 좋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느긋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이득이었네요.


정갈한 세팅. 구르메 세트가 한 메뉴 더 나와 포크가 한개 더 있네요.


묘하게 리듬감이 느껴지는 사진.

와인을 주문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들어서고 안내받아 착석하며 기분이 좋아 바틀로 주문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진 속 홍보물에 적힌 소믈리에의 결혼식 (Sommelier's Marriage)라는 VAT 포함 38,000으로 저렴하게 샴페인 + 화이트와인 + 레드와인 3종의 와인이 나오는 특별 구성에도 눈길이 갔지만, 잔 단위로 주문하면 항상 아쉬움이 남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바틀로 결정했습니다.



와인리스트를 건네받고 바로 주문한 스파클링 로제와인, 오미로제 Omy Rose 2009 750ml (90,000 VAT 포함).
특별한 날 특별한 기분을 내고 싶어서 스파클링으로, 그리고 라벨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편히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원해서 로제와인으로 주문했는데, 소믈리에분이 친절히 와인에 대해 설명을 곁들여주시네요.

오미로제는 한국의 이종기 와인마스터께서 개발한 국산 와인으로, 포도가 아닌 오미자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라 합니다. 국산 와인을 만들고 싶어서 연구 끝에 개발한 와인이라는데요,

한 입 머금자 기대 이상으로 풍부한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입 안에 과일향이 가득히 퍼지는, 향긋하면서 달달한 오미로제.. 가끔 다른 자리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한 두잔 마셔볼 일 있었지만, 먹어본 이래 가장 풍미가 향긋하고 달달하니 기분 좋은 스파클링 와인이었네요. 앞으로는 와인 리스트에 오미로제가 있으면 이것만 시키게 될 것 같습니다.



"웰컴 디쉬"라며 나온 간단한 메뉴. 프로포즈와 구르메 세트 동일하게 나옵니다.
복잡한 이름 다 제치고 이야기하면 훈제연어, Poached Pear (배), 콘소메.


프로포즈 세트 첫 디쉬인 키조개 관자 카르파치오. 


두번째 디쉬 가자미 구이.

비교적 평이한 맛. 서울 맛집 멋집 많이 다녀본 회사 상사님에게 탑클라우드에 대해 물어보자, "전망은 좋은데 가격 대비 맛은 그냥저냥.."이라며 말 끝을 흐렸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별로"라는 평을 받을 정도는 아닌데, 가격과 고급스러운 세팅 등에 비해 음식 자체는 큰 감흥은 일지 않습니다. "괜찮네"하면서 끄덕끄덕 먹을 정도로, 맛이 비리다거나 식재료가 서로 충돌한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슨 맛이었지..?"하게 되는 평이한 맛. 미식을 기대하며 가면 다소 실망할 듯 합니다.

하지만 돈 아깝다란 생각이 들정도는 아니니 너무 비관하진 마세요! 저는 비용의 50% 정도가 경치값이라 생각하고 갔기에 만족하며 먹었습니다.


메인디쉬 호주산 채끝 등심 숯불구이.

크게 질긴 부분 없이 스삭스삭 먹은 채끝 등심. 곡물 먹고 자란 호주산 소라는 점을 서빙할 때 강조해주셨습니다. 미디움 레어로 주문했는데, 조금 더 익혀나온 느낌이었습니다. 레어로 주문할걸 그랬나.?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후식으로 나온 녹차 아이스크림과 세미프레도 무스.
'세미-프레도'는 반쯤 얼려있다는 뜻으로, 반쯤 얼린 무스케이크라 생각하면 된다.

음........ 다소 아쉬운 후식이었다.


여기부터는 구르메세트, 첫 디쉬 바닷가재 카르파쵸

키조개 카르파쵸보다 만족스러웠던 바닷가재. 하지만 조금 더 바닷가재의 풍미가 살아있었으면 싶었습니다. 저번 주에 부산에서 싱싱하고 육즙이 자르르 흘러나오는 랍스타 회랑 찜을 먹어서 그런가..? 역시나 적당한 수준의 메뉴.


디쉬 2, 제주산 흑돼지 삼겹살과 미네스트로네 (야채스프)

삼겹살은 한 조각이라 남자친구에게 다 먹으라 했습니다.
미네스트로네는 건강하면서 정직한 맛. 조금 더 따뜻하게 나왔으면 마음에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조또와 대구 구이.


송아지 안심 숯불구이

소고기는 항상 맛있습니다. 안심이 약간 취향보다 퍽퍽하다 싶으면 곁들여 나온 겨자소스를 담뿍 바르면 되죠.


구르메 세트의 후식, 레몬 소르베와 사브레.

소르베도 평이한 맛. 사브레가 사실 먹음직스러워보여 기대했는데, 잠시 대화하는 사이에 남자친구가 맛 볼 기회도 안 주고 다먹었습니다. 맛있어서 스삭 먹었다 하네요..ㅠㅠ 그래요 맛있게 먹었으면 충분해..ㅜㅜ


후식으로 나온 홍차.

남자친구는 녹차로 주문했는데, 둘 다 포트에 담겨 티 스트레이너로 찻잎 거르게 되어있었습니다.

티 스트레이너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식사 마친 후 차를 기다리며 와인 홀짝이던 타임.

위에도 말했지만, 청와대 방향으로 있어 조용한 곳에서 길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와인으로 편안해지고 창 밖 경치에 좋아지는 기분. 사귄건 1년이지만 5년을 알고 지냈고 2년을 친하게 지냈던 커플로서, 번쩍번쩍 현란한 장소보다는 이렇듯 차분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롭게 식사하는게 더 잘 맞았던 듯 합니다.


하지만 2차는 조금 시끌시끌한 곳으로 가도 괜찮겠죠? 1/3 가량 남아있던 와인을 들고 바 (부페) 쪽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지 물었더니, 종업원분이 흔쾌히 알겠다 합니다. 병은 두고 잔만 들고 가려 했더니, 잔도 두고 가시라며 친절히 말해주시네요.


평일 저녁, 탑클라우드 청와대 방면 좌석 전경. 평일이지만 창가석은 만석. 가장 일찍 와 식사를 빨리 마친 저희 팀과 저희 옆 팀의 자리만 비어있네요.

저희는 제일 구석자리에 앉았습니다. 외로이 남은 와인 바틀이 보이시나요!


바 쪽으로 이동. 창가석이 없을 수 있다는 종업원의 걱정스러운 말에 상관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다행히 중앙 창가석 한 석이 따악 비어있었네요! 기분 좋게 착석했습니다.


2시간 반 가량 와인을 시원하게 지켜주던 얼음은 거의 다 녹았고..

바 족 종업원 분이 얼음 교체 필요한지 물으셨지만, 거의 다 마신 상황이었기에 괜찮다 했습니다.



별도 주문은 안 넣었는데, 기본 안주(?)인지를 쓰윽 내어주셨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을지로, 광화문을 내려다보며 여유롭게 와인과 대화..
오미로제 요 놈 참 잘 주문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공연. 피아노 독주보다는 보컬 분이 함께 있을 때 더 괜찮았습니다.

40대 정도를 겨냥한건지 올드팝 위주로 나오더군요. 20대까지도 모두 함께 알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곡들이라, 적당히 흥얼거리며 들었습니다. 너무 무대에 가까우면 조금 대화에 지장이 있을 듯 하네요.


남은 와인을 글라스에 마저 다 붓자마자 나온 생수!

지속적으로 신경써주시는 종업원 분들 덕분에 기분이 조금 더 좋아지는 밤이었습니다.



연인과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지만 호텔 레스토랑은 자금적으로 부담스러울 때,
양껏 먹을 수 있는 호텔 부페보다는 분위기 내고 대접받으며 식사해야 하는 날일 때,

상대적으로 편하게 찾아가기에 좋은 곳, 종각 탑클라우드입니다.

종로의 랜드마크인 종로타워 최상층에서 밥을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로서는 아깝지 않은 가격이었습니다. 지상에도 비슷한 가격, 비슷한 맛의 레스토랑들이 있는만큼, 기왕이면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친절한 서비스 받으며 식사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특히 부페로 먹는다면 13만원 언저리, 와인 없이 프로포즈 코스로만 먹는다면 17만원 즈음으로 상대적으로 착한(?) 가격으로 여자친구에게 점수 딸 수 있는 곳입니다. 저희는 와인까지 더해 조금 더 쎈 28만원이 나왔지만, 공돌이 남자친구에게 조금 특별한 저녁을 선물 할 수 있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카드를 긁었습니다. 다음에는 식사가 아닌 2차로 한 번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특별한 날 분위기 내고 싶은, 소중한 연인과 기억에 남는 식사를 하고 싶은 20대~30대 초반의 청년들을 위한 최상의 선택지 탑클라우드였습니다.




탑클라우드 Top Cloud (종각)

영업시간  
양식당 (그릴) : 12:00 ~ 22:00 (Break 14:30~18:00)
세미뷔페 : 12:00 ~ 20:30 (Break 14:00~18:00)
토요일은 세미뷔페 2부제 운영 (17:30~19:00 / 19:30 ~ 21:00)
카페 & 바 (세미뷔페와 동일한 공간. 뷔페 손님으로 인해 좌석 부족시 입장 불가) : 12:00~24:00

주소  종로구 종로 51 종로타워 빌딩 33층

전화번호  02-2198-3300
창가석 예약을 원할 시 넉넉히 2주, 최소 1주 전 예약 추천.
크리스마스 발렌타인 등 기념일은 최대한 빨리 예약할 것.
(Cafe & Bar는 예약 불가)

홈페이지   http://www.topclou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