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한 가게에 대한 두 번째 포스팅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포스팅의 주인공은 저희 커플이 가장 많이 간 음식점, 연남동 바다파스타.
맛집 방송에 출연하며 유명해져서, 한적하던 연남동 서쪽 골목 상권을 서서히 부흥시킨 장본인입니다.
대기가 항상 길고 홍대입구역에서 거리가 조금 있다보니 자주는 못 가고 한 2~3달 정도의 주기로 가는데, 갈 때마다 가는 길에 새로운 가게가 하나 생기는 것 같아요.
경리단 회나무길을 혼자 힘으로 부흥시킨 장진우 사단의 가게들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연남동 일대에는 바다파스타 계열의 가게가 3곳 더 있습니다. 그릇&쿠킹클래스 위주의 '노스트로바다', 해산물 요리 전문점 '바다스테이크', 그리고 최근에 오픈한 해산물 포차 '연남밤바다'. 맨날 바다파스타만 가다가 작년 말부터 바다스테이크도 방문하기 시작했는데, 바다스테이크도 마음에 쏙 들어요! 바다파스타에 방문한 날 저녁에 바다스테이크를 방문해서, 다음 포스팅은 바다스테이크 예정입니다.
다시 이번 포스팅 주제로 돌아와서.
매장 앞, 1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1시 30분 경의 대기줄 모습.
길죠? 이 날은 맛집앱 큐플레이스의 '연남동 고메로드' 할인 기간이기도 해서 대기줄이 조금 더 길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앞팀도 뒷 팀도 뒷뒷팀도 다 큐플레이스 얘기하시더라구요. 허허.
주문 후 조리를 시작해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입니다. 매장이 그리 넓은 편도 아니다보니 항상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저희는 이 날 1시 즈음에 대기 서서 40분을 기다렸는데, "평소보단 괜찮다(적게 기다렸다)"며 좋아했어요. 전엔 기다리다보니 1시간 30분 가까이 지난 적도 있어요....
바다파스타 정말 좋아하지만, 웨이팅리스트나 아니면 번호표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이상하게 여기는 네이버 지도에 악플이 유독 많이 달려있는데, 웨이팅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손님 중에는 분명 요리가 입맛에 썩 안 맞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그냥 찾아 들어갔는데 입에 안 맞는거랑 한참을 기다리다 들어갔는데 입에 안 맞는거랑은 불만족의 정도가 다르잖아요. 물론 웨이팅 리스트 있으면 이름만 걸어놓고 다른 곳 가는 손님도 있어서 서버 분들 입장에서는 전화 걸기 번거로우시겠지만, 그래도 무작정 길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고객 입장도 배려 해주시면 전반적인 만족도가 훅 올라갈 것 같아요.
대기하기 싫으신 분은 매장 오픈 20~30분쯤 전, 브레이크 타임 끝나기 20~30분쯤 전에 먼저 가서 줄 서계시는 것을 추천드릴게요. 16년도 1월달 한 달은 큐플레이스 고메도르 행사 중이니 피하시고, 맛집 프로에 (또) 방송된 직후는 정말 살인적이니 혹시 방송 탔다 싶으면 그 때는 꼭 피하세요... 정말 꼭.....
메뉴판. 안 온 사이에 메뉴판을 개편하고 일러스트를 바꿨네요.
좋아하던 맛집에서 무언가 바뀌면 괜히 뭔가 아쉽습니다.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바다 파스타와, '한맺힌 로제소스 암꽃게 파스타'입니다. 둘이 가장 비쥬얼이 화려하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저희는 주로 바다 파스타 M사이즈 하나 시켜서 스삭삭 비워 먹는데, 이 날은 큐플레이스에서 바다 파스타 S 사이즈를 할인 구매한 터라 S 사이즈에 다른 메뉴를 하나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감자 뇨끼도 안심 꼬기 크림 파스타도 꽃게 파스타도 다 맛있게 먹었지만, 바다 파스타 M 사이즈를 주문 못 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바다 파스타와 비슷해보이는 바다 리조또 (17,000) 를 주문했습니다.
와인은 맨 위에 있는 장 드 보베 블랑 글라스로 주문했어요. (6,000)
전엔 스파클링 와인을 병째 시켜서 함께 마시곤 했는데, 요즘 저도 남친도 술이 잘 안 받아서 바틀보다는 글라스 위주로 주문하고 있습니다.
헌데 화이트 와인은 잘 안 마셔 버릇해서 그런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중간중간 입가심 하기에는 좋았습니다.
주인공 바다 파스타 S. 맨날 M 먹어서 가리비가 두 개 들어갔는데 하나 나오니 아쉽네요ㅜㅜ
루꼴라는 어째 평소보다 약간 누런 모습입니다. 본래 가게 앞에 로즈마리와 루꼴라를 직접 길러서 그 잎을 따서 요리에 쓴다는데, 겨울이라 실내로 재배 장소를 옮긴걸까요.
조개류는 가리비 하나, 홍합과 바지락, 모시조개가 들어갑니다. 촉촉하고 보들보들한 모시조개보다 바지락이 많이 들어가는건 못내 아쉽습니다.
이 날 평소 듬뿍 넣어주시던 페페론치노가 적게 들어가서 의아했습니다. 짜다는 블로그 평을 의식한 것일까요. 페페론치노 잔뜩 들어가서 좀 소스가 톡쏘는게 좋은데..ㅠㅠ
이 날 처음 시도한 바다 리조또!
딱 바다 파스타의 리조또 버젼이었어요. 바다 파스타 S 사이즈를 먹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에 적당!
옆에 살짝 찍힌 식전빵(식중빵)도 바뀌었습니다. 옛날엔 올리브와 양파 포카치아였는데, 얼마 전부터 건포도가 박힌 좀 더 베이글 처럼 속이 딴딴한 빵이 나오네요. 포카치아로 먹다 보면 빵으로 팬에 남은 기름을 싹싹 발라 먹을 때 손에 포카치아의 기름기가 묻어나서 좀 끈적했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새로 바뀐 빵이 나은 것 같아요.
참고로 이전에 '식전빵이 늦게 나온다'며 서비스가 느리다고 불평하는 포스팅을 봤는데, 저 빵은 남은 소스 발라먹으라고 나오는 거여서 음식 나오기 직전에 나오는 점 유의해주세요.
초스피드로 조갯살을 발라내는 남친.
조갯살 바르기는 제 전담인데, 예전에 한 번 방문했을 때 남친이 서투르게 살을 발라내다가 그만 제 눈에 기름이 제대로 튄 적이 있어서.. 그 후로 집게에 손도 못 대게 하고 있었거든요.
이 날은 서버분이 남친 옆에 집게를 두자 잽싸게 집게를 집어서 조갯살을 분리하기 시작하는데 제가 바로 뺏었더니 시무룩해하더라고요. 괜히 미안해져서 조개 집는 법과 관자 잘 떼어내기 위해 집게를 집어넣는 입사각 등을 설명해줬더니 금새 배워서 재빠르게 발라내고는 매우 뿌듯해하더라고요. 그 모습 보며 저도 뿌듯하기도 하고 감동받기도 하고..
리조또는 조갯살 다 발라낸 다음에 비벼서 그대로 1/3정도 먹고, 남은 2/3 정도에는 레몬즙을 뿌려서 먹었어요.
뿌리기 전에는 좀 더 진하고 느끼한 맛을, 뿌린 다음에는 레몬 맛이 시큼상큼해서 차이가 좀 있더라구요. 저는 뿌리기 전 뿌린 후 둘 다 입에 맞았습니다.
파스타랑 리조또 둘 다 오일로 해도 괜찮겠는지 서버 분이 물어보셨는데, 바다파스타는 아무래도 싱싱한 해산물이 매력이다보니 해산물에 보다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오일 베이스로 먹어줘야 할 것 같아요. 크림파스타도 맛있지만, 크림파스타는 소스의 맛이 강해 아무래도 원재료인 해산물을 살리기엔 적합하지 않은 듯 합니다. 크림파스타 맛있게 하는 집은 찾기 그렇게 어렵지 않기도 하고.
얼마나 입에 맞았으면 이렇게 슥삭 비워냈을까요..
왼쪽이 파스타 팬, 오른쪽이 리조또 팬입니다. 위에 말했듯 식중빵으로 팬에 남은 소스를 슥슥 발라내서 드시면 사진처럼 깨끗히 팬을 비워낼 수 있어요.
겨울 중에도 화사한 생화장식.
사소하지만 이런 요소 하나하나가 매장의 분위기에 기여합니다. 한국은 매번 상을 치웠다 피는 문화라 상 위에 꽃을 두지 않지만, 서구는 테이블이 항상 거실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센터피스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여행하다보면 유럽풍 음식점에는 2인석 테이블에도 꼭 작게라도, 한 송이라도 꽃을 꽂아두고 있더라구요.
사진을 적게 찍어 별첨하는 이전 방문 사진들.
15년도 6월 방문 때 주문한 바다 파스타 M 사이즈. 이렇게 보니 확실히 이번 방문 때 루꼴라가 좀 색이 빠져있었네요.
M사이즈에는 조개모양의 콘킬리에 면이 들어갑니다. 바다 파스타라는 이름에도 어울리고 사진 찍을 땐 아무래도 콘킬리에가 있는게 더 예쁘긴 한데, 오일 소스에 콘킬리에가 들어가면 소스를 겉에 슬쩍 칠하기만 하고 면이 소스를 덜 머금은 느낌이어서 썩 좋아하지는 않아요.
콘킬리에 마음에 안 든다고 그렇게 불평하면서도 싹싹 비운...
좌측 구석에 쫓겨난 페페론치노들. 오일 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위해 페페론치노와 마늘은 필수지만, 마늘과 달리 페페론치노는 한 입 먹는 순간 입 안이 후끈후끈하죠..
이건 날짜를 보니 15년도 9월. 정말 거의 2~3개월 주기로 방문합니다. 한 번은 2주 연달아 간 적도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바다 파스타는 꼭 시킵니다. S느냐 M이느냐의 차이 뿐.. 이 날은 다른 것과 먹기 위해 S로 시켰어요.
고기 땡긴다는 남친을 위해 주문한 안심 꼬기 크림 파스타. 해산물 전문점에서 안심 파스타가 과연 맛있을까 했는데
이 날도 싹싹 비웠네요. 생각해보니 해산물 전문점이 아니라 파스타 전문점...
여기 크림소스가 굉장히 진해서 크림파스타 좋아하시는 분들도 오기 좋을 것 같아요.
카운터 및 주방. 문 옆 좌석에 앉으면 스토브에서 열심히 조리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공공연한 비결. 입구 바로 옆에 떡하니 놓인 수조.
딱 들어와서 앉은 직후에 가리비 한 마리가 문어처럼 푝푝 짧게 수영하는걸 보고 신기했는데, 다시 보지는 못했네요..
내부에 좌석이 많지는 않습니다. 발코니 공간 제외하고 홀 쪽만 좌석 꽉 채워 앉으면 22명 수용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발생하는 살인적인 웨이팅.......
발코니 좌석. 겨울에 앉으면 서늘한 기운이 들지만 화사해서 사진 찍기엔 더 좋은 자리입니다.
영수증 인증샷. 바다 파스타 S는 위에 말했듯 큐플레이스 앱으로 쿠폰을 할인구매해서 따로 결제 안했어요.
큐플레이스에서 쿠폰 구매 처음 해보는데, 카카오페이가 안 되어서 잠시 신한 일반결제의 보안입력과 씨름했네요.. 아니 당연히 카카오페이 될 줄 알았는데... 큐플레이스 개발진 쪽에서 이 글을 보시게 되는 우연이 발생하길 바랍니다. 꼭 카카오페이로 결제 되게 해주세요 제발..
영수증 사진 올린 김에 큐플 쿠폰 사진도 함께 올려요.
마무리하며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짜다'는 평도, '평범하다'는 평도 종종 들려옵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유명 음식점을 까는 포스팅들에는 '솔직한' 포스팅 덕분에 블로그 알바들의 글에 속지 않아 다행이라는 댓글들이 달리죠.
저는 '솔직하게' 찬사를 날리겠습니다. 주력 메뉴인 바다 파스타가 오일 파스타라 고추와 마늘 등 양념 맛이 강해 짜게 느낄 수 있고, 뜯어 보면 정말 기본적인 해산물 파스타이기에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서 쉽게 맛볼 수 있는 파스타는 아닙니다.
떡볶이를 비유로 들게요. 떡볶이와 순대는 정말 간단하기 그지없는 메뉴지만, 막상 떡볶이 떡이 적당히 야들야들하면서 양념이 충분히 걸쭉하고, 캡사이신만으로 억지로 자극적인 매운 맛을 낸게 아닌 정말 고추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 그리고 육수로 깊이 있는 매운 맛을 낸 떡볶이를 찾기는 힘들죠. 순대도 간과 염통과 귀가 모두 잡내가 적절히 제거 되었으면서 말라 비틀어지지도 불어 터지지도 퍽퍽하지도 않고, 순대 속에 당면만 가득한게 아니라 선지도 찹쌀도 다진 파도 적적히 어우러진 순대 찾기 힘들잖아요.
제게 있어 바다파스타는 모든 요소가 잘 갖춰진 해산물 파스타 집입니다. 오일 파스타에는 스파게티면을 쓰고 크림파스타에는 링귀네 면을 쓰며, 크림파스타의 소스는 적당히 걸쭉하고, 어패류는 촉촉할 정도로 싱싱하고 냉동해산물을 쓰지 않아 갑각류도 상태가 좋은 곳이에요. 분식집 비유를 계속 쓰자면 떡도 야들야들하고 양념도 진하면서 순대도 맛있는 그런 분식집과 같은 곳이입니다. 그러다보니 갈 때마다 그릇을 저토록 싹싹 비우게 되네요.
취향이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합정 쪽에서 사람들이 한 시간씩 줄서서 먹는 유명한 ㅇㅆ밀방의 경우, 주변 친구들 중에는 ㅇㅆ밀방 매니아가 많지만 이상하게 제 입에는 평범하고 감흥이 없더라고요. 그러기에 함부로 바다파스타에 가보라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시간 넘게 줄 서서 맛 본 후 실망하시면 죄송하니까요.. 그래도 싫다는 사람들이 있는 와중에도 꾸준히 사람들이 찾고 연남동 일대에 가게 4곳이나 운영하는 곳이니, 사람이 드문 시간에 찾아가는 시도 정도는 한 번 해보세요.
바다파스타
영업시간 런치 11:30 ~ L.O 15:00
디너 17:30 ~ L.O 21:00
월요 휴무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568-20
전화번호 070-4205-1064 (예약 불가)
주차 가게 앞 3대 정도. 발레 없음. 차 안 갖고 오시는 것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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