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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먹고

[익선동] 열두달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사진을 찍기만 하고, 블로그에는 글을 안 쓰고 있었습니다.

사진 촬영과 기본보정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블로그에 맞게 편집하고 글을 적다보면 한 포스팅에 60-90분 가량 걸리다보니, 시간을 내기 쉽지는 않더군요.


그간 있었던 변화들이 이제 삶의 일부로 녹아들어 안정되며, 오랜만에 포스팅을 올려봅니다.






5월 초, 새롭게 뜨는 골목 '익선동'에 대해 조금씩 소문이 퍼지고, 맛집 소개 서비스들에 익선동이 갓 등장하기 시작하던 시점, 이전에 쁘띠발롱을 소개해준 친구 손에 이끌려 열두달을 찾았습니다.


쁘띠발롱은 갔을 당시에는 괜찮다는 생각에 바로 포스팅을 올렸다가, 막상 그 뒤로 이상하게 방문을 하지 않게 되었는데요. 열두달은 너무 만족스러워서 그 주에 한 번 더, 그 다음 주에 한 번 더 해서 2주만에 3번을 방문했습니다. 그러고서 얼마 뒤에 방송을 타며 동네가 승승장구 하는 것을 보고, 방송의 여파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며 지금은 재방문할 기회만 노리고 있는 중입니다.






작은 한옥집 한 채를 개조해 마련한 식당, 12달.

하나의 가게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가보니 각자의 개성이 있는 다양한 브랜드가 모여 만든 편집레스토랑(?) 느낌이더군요.






16년도 5월 중순 즈음의 익선동 메인 골목 모습. 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익선다다'에서 운영하는 같은 계열의 1920경양식도 나옵니다. 열두달과 1920경양식이 각각 15년도 8월과 16년도 1월에 이 골목에 자리잡으며 익선동을 핫플레이스로 만들어주었죠. 16년도 초봄에 찾았더라면 조금이라도 오래 한적한 골목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 싶어 조금 아쉽습니다.






메뉴 일부. 열두달 내 각각의 브랜드에서 취급하는 메뉴들을 따로 적어놓았습니다.

2번째 방문일에 찍은 사진으로, 이 날은 첫 방문시 만족스러웠던 매운 통닭다리살 구이 덮밥 (12,900)과, 새로 도전해보는 훈제 목살 오일 파스타 (12,900)를 시켰습니다.


벌써 3개월이 지났고 그 사이 급격히 떴다보니, 혹여 가격 변동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니 가격은 그대로네요. 메뉴는 몇 가지 추가되었습니다.





음식 기다리며 찍은 사진. 자주와 보리햇살농장에서 만든 전통주와 발효액을 별도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술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면 좋을텐데, 술 선물 받아 집에서 실제로 마실만한 사람은 제 주변에 저밖에 없네요...





기다리자 금방 나온 매운 통닭다리살 구이 덮밥 (12,900).

넙적하게 펼쳐 썬 닭다리살이 푸짐하게 올려져있어 만족스러운 메뉴. 양념은 이전 방문에 비해 더 짜고 매워졌지만, 자극적인 맛도 좋아하기에 잘 먹었습니다. 첫 날은 중년 여성분이 쉐프였는데 이 날은 외국인 할아버지가 쉐프셔서, 담당 쉐프에 따른 편차였던 것 같아요. 한옥에서 외국인 할아버지가 요리&서빙해주신 밥메뉴를 먹고 있자니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살짝 충격적이었던 비쥬얼의 훈제 목살 오일 파스타 (12,900). 얇게 저며 썬 돼지목살을 면과 갈릭, 시금치와 함께 열심히 볶아준 뒤 위에 치즈를 그레이팅해 얹어준 파스타. 짭쪼름한 맛과 푸짐하게 들어간 재료가 딱 제 취향이었는데, 굉장히 자연스러운 플레이팅 때문에 사진이 마음에 안들어 아쉬웠네요.






개인적으로 열두달에서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메뉴, 미숫가루 백주 칵테일 (5,000).

사실 첫 방문 시에는 닭다리덮밥 외 다른 메뉴들은 조금씩 아쉬운 점이 있어서, '다음에 익선동에 오면 1920경양식에 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러던 저를 다시 열두달에 불러들인 것은 바로 이 미숫가루 칵테일!


향수를 불러들이는 미숫가루의 고소함과 백주가 주는 싸한 청량감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방문할 때마다 시켰네요. 알코올 맛은 전혀 나지 않으면서 시원하기만 해서 더욱 꼴깍꼴깍 마시게 되었던 메뉴. 몇 모금 마신 후 직원분에게 얼음 요청한 다음, 얼음 3-4조각 퐁당 넣어 휘휘 두른 후 마시면 진짜 인생 미숫가루를 마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첫방문 사진.






푸짐하게 떠억하니 얹혀진 닭다리살에 양념도 고루 잘 베어있고 야들야들하게 익어있어 만족스러웠던 매운 통닭다리살 구이 덮밥 (12,900) 






바삭하게 씹히는 연근이 인상적이었고 사진도 예쁘게 나왔고 면도 잘 익어있었지만 양이 아쉬웠던 열두달 시그니쳐메뉴 연근 크림 파스타(12,900)






블로그 포스팅에서 보고 기대하며 시켰으나 양이 매우 심각히 아쉬웠던 수제 햄&치즈 플레이트 (19,900)..

첫 방문시에는 친구 4명이서 갔었는데, 메뉴가 나온 순간 넷 모두가 잠시 ".........." 하며 말없이 플레이트를 바라보았던 상황이 기억나네요. 당혹스러워하던 침묵의 순간이 지난 후, 가장 성격 좋고 친절한 친구가 (역시나 말없이)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델리와 치즈를 조각조각 썰었습니다. 수제 햄, 특히 힘줄이 살아있는 가운데 햄이 참 맛있었고, 치즈에 그라나 파다노가 나온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양이 좀 말도 안되게 적어 다시는 안 시킬 것 같습니다.





사진 보고 기대했으나 먹어보고 아쉬웠던 오리엔탈 비프 그라탕 (18,000).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듬뿍 들어가있지만, 간이 재료 속까지 베어있지 않아 따로따로 조리한 후 마지막에 같은 그릇에 담아 섞은 후 잠시 오븐에 치즈 녹을 정도로만 익혀 낸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간이 스며들어있지 않은 것을 보상하기 위해서인지 소스를 많이 넣었는데, 소스의 짠 맛은 강하면서 재료 자채는 밍밍한 맛이었어서.. 팬 둘레에 두른 감자만 쏙쏙 골라 먹었었네요.



만약 이 날 미숫가루 백주 칵테일을 안 마셨더라면, 굳이 재방문을 하지 않을 정도의 음식점으로 남았을 듯 합니다. 다행히(?) 미숫가루 칵테일 덕분에 다시 찾게 되어 닭다리살 덮밥을 또 먹고, 목살 오일 파스타라는 신메뉴를 발견하게 되어 만족스러운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평이고, 5월 후로 메뉴 조리법 등에 변동이 생겼을 수 있지만... 방문하시면 가급적 햄&치즈 플레이트와 오리엔탈 비프 그라탕 이외의 메뉴를 시키실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내부 전경. ㅁ자 형태 한옥으로, 중간 마당에 테이블이 있으며 둘레에는 조리대/카운터/그리고 자리 4-5석 정도가 있습니다. 앉기엔 중앙이 편하지만 높은 스툴이 있는 둘레 쪽이 따스한 조명 덕분에 더 예뻐보이더군요.





'열두달' 이라는 가게를 구성하는 각각의 브랜드들.






서울 도심에서 점차 존재가 지워져가던 작고 좁은 익선동 골목에 처음으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준 가게, 열두달.

취향에 맞지 않았던 메뉴도 있지만, 자기 브랜드만의 메뉴로 내세울 수 있는 새롭고 창의적인 메뉴를 만들고자 브랜드마다 고심한 흔적이 보여 하나하나 메뉴명을 읽을 때마다 궁금함과 기대감이 뒤섞여 설레는 느낌이었습니다. 최근 8퍼센트에서도 투자 진행을 한 것을 보니, 익선동 골목에서 익선다다의 다른 가게들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기대가 되네요.


가을이 되어 낡고 손때 탄 한옥골목의 정취에 조금 더 맞는 날씨가 되면 다시금 이 곳을 찾아 추가포스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열두달


주소  종로구 수표로28길 17-6

전화번호  070-4449-8225 (전화예약)

영업시간  12:00-23:00 /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주중), 16:00-17:00 (토-일)

홈페이지  http://www.12d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