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모,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하는 일본 온천 효도여행 2일차.
자연과 물아일체가 되는 듯한 료칸 후지모토를 떠나 2일차 숙소인 타케후에로 향합니다.
아침 7시경부터 청량하게 내리기 시작한 비가 점심 즈음에는 잠시 개어, 타케후에 주차장에 비치된 와가사를 들고 대나무를 배경으로 3모녀 사진들을 찍으며 느긋하게 타케후에로 내려갑니다.
국내 블로그 외국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은 모조리 한 번씩 보아 현장에 도착하면 감흥이 덜할줄 알았지만, 막상 도착하니 아이마냥 들뜨네요.
일본어(를 섞은 영어)로 체크인 할 각오를 다지고 프런트에 다다르자, 여성 스태프 분이 한국말로 맞이해주십니다.
분명 관련 카페에서는 한국인 스태프 분이 더 이상 안 계신다 들었는데!
크게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론 묘한 아쉬움을 느끼며 체크인을 하고, 여권 카피를 하시는 동안 유카타와 오비를 고릅니다. 어째 블로그에서 보던 것보다 유카타 색상이 다양하지 않아 다소 의아해했는데,
아마도 11:30 분에 체크인 하는 터라 기존 숙박객 분들의 유카타를 정리하기 전이라 그런 듯 합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3시경에 와이파이 대여를 위해 올라오니 형형색색의 유타카들이 프런트에 놓여있네요. 뒤집어 생각해보면, 체크인이 시작하는 15:30에 맞춰 오셔야 가장 마음에 드는 의상으로 고를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와이파이는 요청시 프런트에서 포켓와이파이를 대여해줍니다.
프런트에서 빌려서 반납도 프런트에 하고자 퇴실하며 챙겨 올라왔는데, 경황없는 상태에서 체크아웃 하다가 그만 포켓와이파이 16번을 그대로 챙겨와버렸네요.. EMS로 다시 돌려드리기로 연락은 되었으나 영 민망합니다. 혹시 저같은 실수하지 않으시도록 와이파이는 객실에 두고 퇴실하세요..
유카타를 고른 후, 체크인 선물로 내어주시는 구마모토의 명물 쿠마몬 인형!
S 사이즈와 L 사이즈가 있습니다. 가방에 넣기 힘들어 다들 작은걸 선택하실 줄 알았는데, 3모녀 모두 큰 쿠마몬으로 골라 저만 작은 쿠마몬을 데리고 가게 되었네요. 큰 쿠마몬은 쿠션으로도 사용하기 좋게 푹신푹신합니다.
판매중인 타케후에 굿즈 + 구마모토 마유 특산품들.
체크인 당시만 해도 마유크림만 하나 사갈까 했는데, 2박 3일 내리 온천욕을 했더니 피부가 맑고 깨끗해지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자연스레 타케후에 미스트와 입욕제를 사게 되더라고요. 개별가격은 기억나지 않으나 입욕제1+미스트1 해서 3000엔 정도였습니다.
달력도 조금 탐났으나, 이미 10월 끝물인지라 내년 달력을 노리기로 했습니다.
내년에도 또 올거니까! 반드시!
체크인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프런트를 나섭니다.
점심식사는 식사에 관한 별도의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카기들.
회랑을 걸어걸어 도착한 시엔앙룸. 부지 내 가장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경사가 있다 해도 계단이니 큰 무리 없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오르락 내리락 단차가 많아 할머니가 조금 버거워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다행히 프런트에서 대나무로 된 지팡이를 받아온 후로는 한결 수월해하셨으나, 다음에 혹 다시 모시고 오게 되면 시엔앙과 비죠안 이외의 객실로 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 속은 거실격인 이로리 주변. 다양하게 구비된 다과류와 가득 채워진 냉장고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른편에 있는 가파른 나무계단 위에는 복층형대로 별도의 다다미 공간이 있는데, 깔끔하지만 사용되지 않는 으슥한 기운이 있어 잠시 기웃기웃만 하고 바로 내려왔습니다.
이로리 옆 창 너머로 바로 보이는 시엔앙의 노천온천..!!
4인 숙박이 가능하고 + 노천온천이 있으면서 + 사요랑 고큐앙보다는 가격이 착한 객실을 찾다보니 시엔앙룸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고큐앙이 리모델링 되며 급과 가격이 훌쩍 뛰기 이전부터 시엔앙 룸으로 결정을 했었어요. 이유는 노천탕이 딱 제가 상상하는 '일본의 노천탕' 같은 모습이어서!
부지 제일 안쪽에 있지만 경사상으로는 가장 산 아랫쪽에 위치한 탓인지 노천온천이 보이지 않도록 촘촘히 울타리가 둘러져있습니다. 대나무로 대충 가려져도 전 마음껏 즐길 자신 있지만.. 민폐겠죠?
폰카로 찍은 다다미 방 전경.
한국인인지라 침대에 집착하지 않기도 하고, 일본에 온 만큼 최대한 일본식으로 즐기고 싶어서 1일차의 후지모토도 2일차의 타케후에도 둘 다 화실로 선택했습니다.
중앙에 놓인 탁자에는 환영 편지, 보석함, 숙박 안내 종이, 그리고 일본어/영어로 된 타케후에 사용설명서가 있습니다.
친필로 쓴 편지만으로도 감동이었는데, 후에 저녁시간 때 매니저분이 와서 직접 인사까지 해주셔서 감명받았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타케후에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듯한 행동에서 타케후에에 대한 애정과 상대에 대한 고마움이 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부지 내부 맵. 별관 텐코우도 업데이트 된 최신버젼이네요.
옷장을 열어보니 식사 전에 고른 유카타가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이번엔 냉장고. 명성이 자자한 저지우유가 눈에 들어오네요.
얼마나 맛있길래 그러나 싶었는데, 전날 쿠로카와 마을에서도 사서 먹고 후지모토에서 아침에도 꿀꺽 마시고 체크아웃 후 다시 들른 마을에서 또 사서 마시고 타케후에에 체크인 하고도 또 먹었습니다.
성분표를 보던 엄마가 유지방 함량이 높아 이토록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하는데, 그 탓인지 유통기한은 짧더라고요.. 그래서 바로바로 냉장고에서 꺼내 마셔주었습니다.
거실에 있는 문 밖으로 나서면 인원후에 맞춰 예쁜 게다가 놓여있습니다.
외출용 게다는 현관 쪽에 있는데, 제 발에는 너무 커서 걷기 힘들었지만 객실 내 회랑에 놓인 게다는 발에 꼭 맞았네요.
작은 복도로 다다미방, 거실, 노천탕과 실내탕이 모두 연결되어있습니다.
실내탕으로 향하는 계단은 살짝 가파릅니다.
실내탕 모습.
사진엔 안 나왔지만 옷을 넣을 바구니, 타올 온열기, 그리고 탕에 들어가기 전 샤워할 후 있게 샤워기 2대와 록시땅 어메니티가 구비되어있습니다.
저는 노천탕을 위해 시엔앙 룸으로 고른 터라 실내탕에서는 샤워만 하고 몸은 거의 안 담궜지만, 엄마는 실내탕이 더 조용하고 뜨끈하고 좋다며 계속 여기에만 있었네요. 역시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모녀..
간절히 바랐던 우천 중 온천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객실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내리지 않던 비가 객실 구경을 하는 와중에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 폰카를 마지막으로 바로 샤워 후 노천온천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객실에 13:30 즈음에 도착하고, 담당 나카이상과의 인사는 16:30로 잡혀있어 도착하자마자 원껏 온천욕을 했네요.
몸은 뜨끈한 물에 담근 채로 고개를 하늘을 향해 들면 엷은 빗줄기가 얼굴에 시원하게 내리는 싱그러운 느낌도 좋고,
빗줄기과 엷은 바람에 사방을 에워싼 대나무 잎들이 마치 자연에 의해 연주되듯 끊임없이 내는 사사사사 청량한 소리가 청각을 가득 채워 환상적이었습니다. 천 바로 옆에 위치한 후지모토에서는 세찬 물소리에 둘러싸여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면, 대나무 숲에 갇힌 타케후에에서 빗줄기와 대나무 소리에 잠긴 채 온천욕을 하는 것은 타케후에 측 설명마따나 피안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저녁 대절탕을 즐긴 후에 또 비가 내려 어두운 밤, 바람과 물과 고요함에 잠긴 채 온천욕을 즐기며 더욱 이세계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맑개 개인 하늘 아래에서 노천온천을 즐길 때에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목욕을 하는 개방감과 속세를 벗어난 느낌은 여전했지만, 빗속에서 느낀 "피안의 세계" 보다는 요정이나 신령이 있을 법한 계곡에 노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슬비도 새벽비도 소낙비도 폭풍우도 함박눈도 모두 맞아보며 타케후에의 온천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감상은 대절탕에 대한 포스팅으로 후에 옮겨놓아야겠네요.
온천욕의 추억으로부터 벗어나, 간단히 회랑 전경 사진들을 올리겠습니다.
프런트에서 나와 곧게 뻗은 짧은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왼편에는 본채 4개 객실이 나란히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자연보다는 일본의 아늑한 느낌이 강한 회랑이네요.
계단 끝에는 저지우유 다음으로 유명한 라무네가 석조에 담겨 차갑게 있습니다.
따는 법이 특이하단 얘기는 들었지만 정작 따는 법은 안 찾아보았는데, 보니 초록 뚜껑으로 입구를 막고 있는 유리알을 힘껏 밀어넣는 식이었습니다.
엄지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엄지 두덩이로 힘껏 누르니 샴페인 터지듯 뻥! 하는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열렸습니다.
계단에서 올려다 본 프런트 모습.
프런트와 가까운 4개실은 노천온천이 없어서 처음부터 고려하지도 않았는데, 분주히 부지 내를 오가는 스태프들의 모습을 보다보니 본관 4개실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매일 여러 손님들이 오고 가는 온센료칸에서 스태프분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더군요.
가든 타케조노에 있는 대나무+잉어 폭포
사진으로 봤을 땐 자그마한 연못 같아 큰 감흥이 없었는데, 실제로 보니 예상외로 못이 크고 못을 둘러싼 대나무의 높이감에 살짝 위압감도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역시 사진만으로는 전달이 잘 안되네요.
가족들도 보고 감탄하며 폭포 앞에서 바로 기념사진 촬영했습니다.
타케조노를 지나 ㅁ자 회랑으로 들어서기 전에 나오는 작은 다리.
다리 아래로 주방으로 추측되는 건물과 차가 오갈 수 있는 길이 보였습니다.
나카이상이 여기서부터 각 객실로 그 무거운 음식들을 일일이 날라와주신단 생각을 하니, 굉장히 송구스러웠습니다.
ㅁ자 회랑의 일부.
오마치앙, 비죠앙, 그리고 저희가 묵었던 시엔앙 룸으로 이어지며
점심플랜 예약시 식사를 할 수 있는 와라쿠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와라쿠는 대절된 시간 외에는 손님들이 자유롭게 와서 앉아있을 수 있다고 홈페이지에서 보았는데, 확인을 못했네요.
저녁 식사시간이 되면 시엔앙 룸으로 이어지는 계단 바로 앞에서 색소폰 연주자분이 2시간 가량 라이브로 공연을 해주십니다.
중정에도 발을 들이고 싶었는데, 온천 즐기기에 바빠 제대로 보지도 못했네요... 여기에도 라무네가 비치 되어있어 이모가 좋아하셨네요.
ㅁ자 회랑에서 한 쪽 계단으로 내려오면 시엔앙 룸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객실 앞 작은 테라스와 의자.
앉을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식사를 마친 후 이모와 나란히 앉아 계단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되고 있는 재즈 곡을 들으며 평온한 시간을 보냈네요.
마무리로 도착 직후의 시엔앙 노천탕과 다음 날 아침, 쨍쨍한 아침 햇살 받고 있는 노천탕.
본래 효도여행 포스팅을 시간순으로 올리고자 하였으나, 2일차에 묵었던 타케후에의 기억이 강렬해 타케후에 내부 설명부터 시작했습니다.
벌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사진 보고 있자니까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드네요. 패키지로도 자유여행으로도 길고 짧게 여러 여행을 다녀왔지만, 타케후에만큼 여운이 강한 장소는 여지껏 없었습니다. 재방문을 하면 좀 익숙해지면서 이 갈망이 좀 진정되려나요.
포스팅이 길어져, 식사와 온천까지 총 3편으로 나누어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타케후에 숙박을 계획하신, 혹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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