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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쉬고

[16 쿠로가와] 죽림의 타케후에 Takefue 竹ふえ - (3) 온천 - 사사부네노유


구마모토 쿠로가와 마을 인근 시라카와 온천 료칸 타케후에

대절탕 사사부네노유 후기






후쿠오카로 떠나기 며칠 전, 일본 여행 카페에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사사부네노유를 사용할 수 없다" 란 글이 올라온 것을 보았습니다. 헌데 확인차 메일로 사사부네노유 예약에 관해 문의하니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어리둥절해하며 도착했습니다.


체크인 당시 담당 직원분이 치쿠린노유와 사사부네노유 예약시간을 확인해주실 때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사사부네노유의 리모델링 공사가 최근에야 마무리되어 이용 가능하다고 하였는데요.

다만 리모델링이 끝난 직후라 아직 수온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오후 타임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였습니다. 이에 저희는 체크인 한 날인 10월 26일 17시 타임으로 사사부네노유를 예약하였습니다.



예약시간을 17시로 정하자, 체크인을 담당해준 스태프 분께서 웃으시며 "사사부네노유 리모델링 한 후로 4번째인가 5번째 손님이시다" "아직 블로그에도 사진이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며 기대해도 좋으리란 얘기를 하셨습니다.





아직 사람들이 많이 거쳐가지 않은 사사부네노유에 대한 기대를 품고, 시엔앙에서 샤워를 마친 후 사사부네노유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프런트에 "사용중" 주걱을 픽업하러 갔더니, 사사부네노유의 이름을 바꿀 예정이라 아직 주걱이 준비되어있지 않다는 말과 함께 스태프 분이 직접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하늘을 향해 죽죽 뻗은 죽림 속 오솔길을 뚫고 걸어 사사부네노유에 다다랐습니다.




입구로 오르는 계단




널찍한 세면공간. 타월 온열기와 냉장고, 온천에 사케를 띄워마실 수 있는 나무통, 저지우유와 아사히로 가득한 냉장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달달한 사케도 한 도쿠리 있지만, 혹여 열이 오를까봐 탕 밖에서 한 잔만 마신 후 그 이상은 마시지 않았네요.






세면 공간을 지나면 탕과 바로 연결된 휴식공간이 있습니다. 안락한 쇼파가 기다리고 있지만 휴식공간은 사진을 찍지도 앉아서 쉬지도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더이상 사사부네(조각배)가 아니게 되어버린 사사부네노유...

리모델링 했다고 개명까지 해야하나? 하고 잠시 품었던 의문을 깔끔히 날려주었습니다.

함선이나 유람선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게 되어버린, 호화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구)사사부네노유.




이리도 호화로운 온천탕을 두고 소파에 앉아 쉴 여유 따위는 없죠..




글을 써내려가는 지금은 침착하게 적지만, 처음 탕을 보는 순간 "끼야아!"하며 탄성을 내질러 안내해준 스태프분이 살짝 놀라셨습니다. 연신 끼야끼야 탄성을 내지르며 사진을 찍자, "사요 풀장의 몇 배가 되는 크기"라며 자랑스레 설명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난간에 쪽에는 단이 있어 수심이 깊어지니 주의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신난 저희 가족을 두고 떠나셨습니다.




이런 풀장이 있어도 멋진데, 무려 온천수로 가득한 온천 풀장이라니......




세신공간. 신품의 기운이 팍팍 느껴지는 바구니와 목욕의자와 깨끗한 히노끼 마루.


널찍하고 깔끔하고 세련되기까지... 하지만 어서 탕을 즐기고 사진도 찍어야 하므로, 시엔앙에서 갓 샤워를 마치고 온 저희는 마지막으로 간단히 몸을 헹군 후 바로 탕으로 직행합니다.




물에 동동 띄울 수 있는 유자 정도 사이즈의 카보즈. 전부 다 꺼내서 띄우고 싶었지만 나중에 주워담기 힘들 것 같아 소심하게 4알만 통통 던져넣었습니다. 유자는 11월부터 제공된다 하니, 이젠 카보즈 대신 유자가 가득 담겨있겠네요.






감격의 사진 촬영. 다음에 올 때는 광각 렌즈를 장착하고 와야겠습니다.

자그마한 사사부네노유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이토록 넓은 공간을 찍게 될 줄이야..





(구)사사부네노유를 감싸듯이 에워싼 울창한 대나무 숲. 난간 쪽에 몸을 담근 후 고개를 뒤로 젖혀 지붕 너머 하늘을 올려다보면 올곧게 뻗은 대나무의 모습에 장엄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한 컷에 담기엔 렌즈가 일반 화각이었던지라, 여러컷을 찍은 후 파노라마로 편집했더니 다소 왜곡이 있네요.


비가 심하게 오거나 햇볕이 쨍쨍할 때면 사진에 나온 검은 차양을 펼칠 수 있는 것 같았지만,

저걸 펼쳐 대나무숲이 보이지 않게 되면 너무 아까울 것 같지 않나요.




미세하게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청아한 대나무피리 소리




시간만 여유롭다면 데크체어에 늘어지게 누워 온천욕을 즐기고 싶은데..

여럿이 올 경우 방을 둘로 나누어 잡아, 앞뒤로 붙여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일 듯 합니다.


저희가 17시 타임 예약이었던지라 다음 타임인 18시에는 다들 저녁식사 하느라 예약이 빌 것 같았지만,

혹여 직원분들에게 피해줄까봐 45분에 딱 맞춰 정리를 마쳤습니다.





자연 속의 럭셔리.


깨끗하고 너른 히노키 풀에 가득히 채워진 뿌연 온천수.

난간 앞을 가려주는 연두빛 푸릇푸릇한 어린 대나무과 쓰러질 듯 지붕 너머로 뻗어오는 울창한 어른 대나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정리를 한 후 나갑니다.


사용한 매트도 다시 물에서 건져 비치되어있던 곳에 두고 (풀용 매트가 두개 구비 되어있습니다)

우유와 차를 담아 동동 띄워두었던 나무통도 수거라고

카보즈도 도로 포획하여 한 켠에 가지런히






잘있어 사사부네... 다음에 오면 네겐 새로운 이름이 있겠지..?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아 몇번이고 사진을 찍습니다




대나무 숲 속에 감싸여 숨겨진 비경..




사사부네에서 내려오는 계단에서 찍은 전경.

빽빽히 우거진 대나무와 돌로 된 작은 길의 모습이 마치 동양화 같네요.




가족들에게 타케후에의 대절탕에 대해 설명하며 "치쿠린노유가 이 료칸에서 가장 멋진 대절탕이다"라 하였는데

리모델링한 사사부네를 다녀온 지금은 사사부네를 최고로 꼽고 싶네요.



세련되고 모던하면서도 돌과 나무, 죽림을 아울러 자연과의 조화를 잃지 않는 인테리어와,

15명이 함께 들어가도 충분할 정도로 널찍한 탕.

인테리어 잡지에 나올 법한 사사부네에 앉아있자니 그 호사로움에 흠뻑 젖어 황홀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일차 아침에 방문한 치쿠린노유 포스팅을 끝으로 타케후에에 관한 포스팅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