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 쿠로가와 마을 인근 시라카와 온천 료칸 타케후에
대절탕 치쿠린노유 후기
본래 저희 팀은 체크인 당일 20시 치쿠린노유, 그리고 체크인 익일 7시 사사부네노유로 대절탕을 예약했었습니다.
그러다 사사부네노유가 리모델링 후유증(?)으로 수온조절이 어려워 오전 시간에는 예약이 어렵단 얘기에,
체크인 당일 17시 사사부네노유, 20시에 치쿠린노유를 사용하는 것으로 대절탕 예약을 바꿨었는데요.
또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하나 생겨버렸습니다.
바로 저희가 저녁을 너무 느릿느릿하게 먹은 것..
저녁시간 1시간이면 충분하리란 생각에 18:30으로 저녁 가이세키를 예약했으나,
해당 시간에 저녁을 예약한 팀이 많아 15분 가량 식사를 뒤로 미루거나 앞으로 땡겨도 되겠느냐는 나카이상의 요청에 흔쾌히 18:45으로 식사를 미루었는데요.
화려한 일본 가이세키 요리를 마친 후 시간은 정확히 20:45...
예약시간인 20:00이 된 후에야 사태를 인지하고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잠시의 혼선 끝에 다행히 다음날 아침 9시에 예약이 비어있다 하여 아침시간으로 치쿠린 예약을 변경했습니다.
촉박하게 요청드린 사항임에도 같이 고민해주시고 응대해주신 프런트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인사 드립니다..ㅜㅜ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찾은 치쿠린노유.
가족들을 먼저 보내고 잠시 짐정리를 하고 올라와, 이미 사용중 주걱을 내걸은 다음입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생각했으면 내부 탈의실/세면장 사진도 찍었어야 하는데 못 찍었네요.
사사부네노유에 비하면 간소하고 소박한 느낌입니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치쿠린노유 입장!
샤워공간에서 찍은 모습입니다. 아침부터 시엔앙 객실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온 다음이기에 간결하게만 샤워합니다.
우오오..
이틀 내리 비가 오며 정말 피안의 세계에서 노닐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 날은 말갛게 씻긴 햇빛이 비춰와 자연 속에서 노니는 느낌이 강했네요.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치쿠린(竹林)에 감싸인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잠시 산속 계곡에서 놀고 있는 선녀가 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게 파노라마 샷.
수심은 앉았을 때 어깨가 살짝 수면 위로 나오는 정도입니다. 난간 쪽으로 가면 걸터앉을 수 있는 돌이 수면 밑에 있어 반신욕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난간 아래에는 가파른 경사와, 사사부네와 동굴탕으로 이어지는 길이 지나갑니다.
맑은 햇살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수의 증기..
온천에 사케를 동동 띄워 마시는 나무통은 치쿠린에도 구비되어있었지만,
이미 식사도 마친 다음인지라 가볍게 아소산의 명물 저지우유만 챙겨와 차가운 물이 또록또록 떨어지는 석조에 담궈놓습니다.
가족들이 잠은 시간 홀로 시엔앙의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며 생각했는데,
객실과 부지 내 곳곳에 설치된 죽견은 단순히 라무네(!)와 오차를 담그기 위한게 아니라, 조경의 한 요소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더군요.
사방이 적막한 와중에 뜨거운 온천수에 어깨까지 잠그고 있자니
대나무잎의 속삭임과 노천탕에 비치된 죽견에서 또록또록 떨어지는 물소리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되며 마음까지 고요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슬쩍 끼워넣는 시엔앙 대절탕 옆에 놓인 죽견과 석조)
사사부네에서도 아침 햇살을 즐기며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네요.
올해는 이상기온 탓에 10월 말에도 사방이 연두빛으로 화사했지만, 본래는 10월 말이면 쿠로카와 일대에는 단풍이 조금씩 물들고 있다 합니다. 올해는 11월 중순 즈음에 가야 단풍구경을 하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으려나요.
치쿠린 한 편에 어딘가로 이어질 것 같은 통로가 보입니다.
표지판을 간략히 해석하면 "이 앞은 오쿠노유"
작은 복도를 조금 걸어내려가면 나오는
대절탕 치쿠린노유에 더부살이하듯 끼어있는 오쿠노유.
크기는 조금 낑기면 3인까지도 가능할 듯 하나,
아마 여럿이서 치쿠린에 왔을 때 잠시 홀로 생각에 잠겨 온천욕을 즐기고 싶을 때, 또는 다른 이유로 한 명 떨어져 온천욕을 즐길 때 사용하기 위한 1인탕 같습니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명상이 아닌 효도를 위한 여행이기에 사진만 찍고 도로 치쿠린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엄마가 "그래도 네가 찍은 사진이란 표시로 얼굴은 나와야 하지 않겠어"라 하시길래
얼굴 대신으로 보조핸드폰을 바위에 던져놓고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저 단풍이 붉게 물들었을 때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겠죠.
붉은 단풍이 비에 젖어 색이 깊고 진해졌을 때 딱 치쿠린노유에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45분이란 짧은 시간이 지나, 몸과 탕을 정리하고 대절탕을 나섭니다.
다음에 봐 죽림!
타케후에에 대해 하고 싶은 말, 추가하고 싶은 생각과 기억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타케후에 포스팅을 마칩니다.
한 가지 꼭 남겨두고 싶은 말은, 이번 여행의 컨셉과 관련되어있는데요.
중학생 시절부터 "취직하면 월급 받아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온천여행 보내드릴거야!"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 학부생이던 11년도에 발생한 도호쿠 대지진과, 몇 주 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게 되며 어느 순간 저 결심은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회사를 떠나게 되며 다음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시간이 뜨게 된 상황이었을 때
팀장님이 "어머니와 일본 온천이나 다녀오는건 어때?"하고 건네셨던 말을 계기로 옛 결심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에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이모까지 3모녀를 모시고 일본 온천 여행을 온 것인데요.
일본어를 떠듬떠듬 하는 상황에서 어른 3분을 모시고 여행하자니, 혹여 무언가 잘못될까 무의식적으로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첫째날 숙소인 후지모토에 머무르며 있는 동안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끼고, 결정적으로 둘째날 타케후에에 머물렀을 때는 모든 책임과 염려를 스태프분들이 거두어 대신 짊어져주신 것처럼 홀가분해진 기분이었습니다.
타케후에에서 가이세키 식사를 마친 후, 저희 할머니가 조용히 말씀하시더라고요.
"천당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살면서 두 번 이런 생각을 했다 하시는데, 한 번은 동유럽에서 종유석 동굴을 관광기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며 그 풍경이 너무나도 신이해서 한 번 생각하셨고,
타케후에에서는 극진한 대접과 호화로운 식사, 호사로운 온천욕을 즐기며 이 곳이 천국이라는 생각을 하셨다 합니다.
부디 제가 즐기는 만큼 즐겨주시길 바랐는데, 기대 이상으로 행복해하시는 모습에 진작 모시고 왔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눈시울이 시큰해졌었네요.
3모녀와 손녀에게 완벽한 하루를 남겨주신 타케후에 매니저와 스태프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혹여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타케후에 여행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이 글을 보고 조금쯤 결심을 내리시는데에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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