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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놀고

2015 유러피언 크리스마스 마켓 - 성북글로벌빌리지센터

어제, 성북구에서 열린 성북 2015 유러피언 크리스마스 마켓에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추울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바람도 많이 안 불고 비교적 온난해서 편안히 다녀올 수 있었어요.






성북글로벌 빌리지 센터에서 주관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보니 생각보다 역사가 깊더라구요.
첫 시작은 2010년도에 독일대사관과 성북구가 함께한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 마켓"인데, 2011년도부터는 다른 나라들도 참가하며 "유러피안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이름을 변경한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하면 미국을 떠올리는데, 미국 쪽에서 지키는 크리스마스 전통들은 대부분 유럽 쪽에서 유래한 것이 많아요.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이 교회를 통해 한국에 크리스마스를 전파한 탓에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독일대사관 측에서 주도적으로 시작한 행사다보니 독일쪽에서 부스를 3개나 갖고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멀드와인도 불어식 "뱅쇼" 대신에 독일식 "글뤼바인"이라 부르고 있네요.





거대한 냄비에 글뤼바인을 2통이나 펄펄 끓이고 있는 모습닙니다. 계피와 오렌지가 와인탕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걸 볼 수 있는데, 방금 흑설탕을 넣은 직후라 그림이 특이하게(의아하게) 나왔네요.

재료를 보시면 비교적 흔한 재료들이라 집에서도 쉽게 끓여마실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와인과 설탕 오렌지만 있어도 대충 흉내 낼 수 있으며, 계피가 들어가서 향이 첨가되면 거의 완성입니다. 본래 서양에서는 각종 향신료가 보다 중요한데, 구하기 힘드시면 정향 등의 재료는 안 넣으셔도 됩니다. 오렌지에 곁들여 레몬이나 귤 넣, 집에 있는 사과도 함께 넣어도 됩니다.


행사 시작하며 한 잔, 나오면서 한 잔 더 사마셨습니다. 3000원에 중간사이즈 종이컵 가득히 줘서 가격도 참 착합니다.




글뤼바인으로 속을 뎁힌 후 스위스의 초콜릿 무스부터 사러 갔습니다. 옆에서 라끌레뜨도 파는데 양에 비해 가격이 조금 쎄길래 패스했습니다.. 통으로 파는 라끌레뜨 치즈는 좀 탐이 나네요.

몇 개월 전 라끌레뜨 음식점 방문하고는 한 때 퐁듀가 소소하게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라끌레뜨도 인기를 끌겠다 했는데, 도구 구비가 문제인지 아직 흔하진 않아 아쉽네요.




불가리아 부스!

예쁘게 조각되고 채색된 나무 병에 담긴 향수와 불가리아 와인, 그리고 가격표 없이 퐁당쇼콜라 비스무리한 케이크를 팔고 있었습니다.


냉부에 나오는 불가리아 출신 스타쉐프 미카엘씨가 불가리아 부스에 계시길래 '가까이에서 얼굴이나 한 번 보자'는 계략으로 케이크 하나 사러 다가갔는데.. 어머나 세상에 미카엘씨가 직접 눈 맞추고 웃으시면서 맞이해주셨네요.

"1개 주세요"라고 말하려고 입을 떼었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2개 주세요"라고 홀린듯 말 했습니다. 연예인 효과 무서워요......

마침 뒤에 남자분 한 분이 미카엘에게 "제 동생이랑 사진 찍어주세요" 하길래 그 분들 촬영 끝난 다음에 저희두요~ 하고 같이 간 일행 사진을 찍었습니다. 미카엘 쉐프님 너무 흔쾌히 오케이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미카엘과 사진을 찍기위해 산 미니케익

인데 완전 맛있었어요.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면서, 쫀득한 치감이 특히 예술이었습니다. 가운데에 필링 부분도 진하고 카카오맛이 강한게.. 과자전도 가고 달달전도 가고 나름 이것저것 디저트 많이 먹어보았는데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사이즈가 꽤 작은데, 시중에서 판다면 생크림을 잔뜩 얹은 후 한 4000원 정도에 팔지 않을까 싶네요. 한 5000원 정도 한다 해도 먹고 싶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기대했던 스위스 초코무스는 오히려 조금 아쉬웠습니다. 매우 부드러운데 특색이 좀 없었달까요... 무스부터 먹고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에서 케익을 먹어 케익이 더 부각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행사 공간 중간중간에 마련된 입식 테이블에 서서 케익을 먹다가, 같이 서있던 분들에게 체코 쪽에 브람보락과 굴라쉬가 맛있다는 추천을 받고 체코로 넘어갔습니다.





체코 부스는 대사관측이 아니라, 체코 음식을 하는 가게에서 나와서 부스를 차렸습니다. 사실 대사관에서 행사 때 요리를 하면 대사관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 가정이 있는 유부녀 분들에게 요리를 맡기는데, 가정이 있다 해서 무조건 요리를 잘하는건 아니다보니... 해당 나라 요리를 하는 음식점에 맡기는 것도 괜찮은 듯 합니다.

예전에 모 대사관에서 직원복지(?)차원에서 추수감사절 조찬을 할 때 갔었는데, 어떤 메뉴는 ** 직원이, 어떤 메뉴는 ** 직원이 준비해줬다면서 대사분이 감사인사를 전하던게 문득 생각나네요.



브람보락은 생전 처음 접하는 음식이어서 그런지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감자를 얇게 채썰어 전처럼 부친 후 소세지와 기타 재료 및 양념을 올린 음식인데, 감자전 부분이 정말 맛있었어요! 손이 많이 갈 것 같지만 채썰어서 감자전 부쳐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굴라쉬는 이 날 다른 부스들에서도 팔았는데, 체코 부스에서만 먹어서 비교는 못하겠네요... 스프가 진하고 고기는 뭉근히 끓였는지 입 안에서 부드럽게 찢어져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네덜란드 부스에서 마신 핫 럼 초콜렛 (Hot Rum Chocolate). 

핫초코 자체는 정직하게 우유에 초코를 녹인 듯한 맛이었습니다. 많이 진하진 않아서 만약 알콜 없는 그냥 핫초코를 먹었으면 조금 아쉬웠을 것 같아요.

근데 마지막에 Rum을 따라줄 때 직원 분이 "Ooops!" 하시더라구요.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 술을 정량보다 많이 따르신 것이 확연한 맛이었습니다. 일행은 냄새 맡더니 냄새만 맡아도 취하겠다며 사양하더라고요.

따뜻하고 진한 초코맛 럼주를 마시는 느낌이었습니다. 대낮에 몰래 낮술하는 기분이 드는건 좋았는데, 어우 좀 셌습니다.




프랑스 코너도 대사관이 아니라, 신촌에 있는 크레페 집 "라셀틱" 에서 나와 브르타뉴식 크레페를 만들고 계셨어요!
프랑스인이 하는 크레페집이어서 신촌 일대에서는 꽤 유명한 카페인데, 신촌 중심에서는 좀 떨어져있어서 붐비는 모습은 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는 여름에는 별로 안 가고 겨울에 종종 가요, 여기 뱅쇼가 향신료를 잔뜩 넣고 오래 끓여서 정말 진하고 몸이 해독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설탕도 적게 넣는 편이어서 향신료가 강한 뱅쇼를 원할 때 신촌 라셀틱을 찾습니다. 전에 신촌 연세로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할 때는 크레페와 뱅쇼도 함께 팔았는데, 이날은 독일 대사관 측 글뤼바인과 메뉴가 겹쳐서 그런지 뱅쇼는 안팔았네요, 아쉽습니다.


남친이 여기 소세지 크레페 팬이어서 하나 사서 갑니다. 사고 갈 때 사장님(사진 속 백발 남성분)의 프랑스어 인사를 들을 수 있어요 "Bon Appetit Mademoiselle!" 하시면서 웃어주시는데 정말 멋있으십니다.



둘러보다가 스페인 쪽의 럼 커피가 있길래 샀습니다. 3000원인데 작은 종이컵에 줘서 양은 좀 아쉬웠어요.

맛은.. 커피 농축액과 럼 농축액을 섞은 뒤 2시간동안 졸인 것 같은 매우 강렬한 맛..?

맛을 보니 왜 작은 종이컵에 줬는지 알겠더라고요. 이건 커피가 아니라 커피맛의 양주.. 커피마시듯 한 모금에 많이 마셨다가는 금새 취할 것 같았습니다. 강렬한 맛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길거리 음식보다는 카페나 음식점에서 마시는게 나을 것 같았어요. 페어가 끝난 뒤에 좀 취해서 어질어질했는데 아마 얘가 결정타를 날린 것 같아요.




마지막은 슬로바키아!

언뜻 지나가며 본 유리공예 제품이 예뻐서 잠깐 구경만 할 심산으로 들렀는데... 보다보니 마음 속 7살짜리 꼬마가 방방 날뛰기 시작해서 동행인 선물로 별자리에 맞는 동물을 하나 샀어요. 개당 8000원이어서 좀 비싸다 싶긴 한데,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고 채색한 정성을 생각하면 정당한 가격인 것 같습니다.

뜨르들로 빵은 반죽을 그 자리에서 기기에 감아 직접 굽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져서 하나 먹어보았습니다. 안에 잼을 발라놓아 맛있게 먹었는데, 빵만 먹으면 약간 밋밋할 것 같아요. 배가 부르고 빵만 먹으니 좀 텁텁해서, 2/3쯤 남겨서 오늘 아침에 커피와 먹었어요. 커피와 함께 먹으니 딱이었습니다! 엄마도 특이하고 괜찮다며 저보다 더 많이 드시더라구요.

다만 가격이 뜨르들로 6000원이어서 다시 살지는 의문입니다, 매장은 이대에 있는데, 자주 찾기 편한 가격은 아니네요.

판매중이신 슬로바키아 오빠분들은 매우 훈훈하고 멋있었어요.




옆에 있던 그랜드 힐튼의 베이커리류.

주한 구주, 미주권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호텔이 그랜드 힐튼호텔이라고 하더라고요.

객실은 약간 올드하지만 그랜드 힐튼이 국내 호텔들 중 가장 현지의 맛과 메뉴를 제대로 재현하는 곳이라며 구주 미주권 외국인들이 여기서 행사한다 하면 좋아합니다. 정작 서울 사람들은 서울 구석에 있는 그랜드 힐튼보다는 세련된 여의도 C모 호텔이나 남산의 운치있는 하얏트를 좋아하는데, 외국인들은 C호텔은 음식이 영 아닌데 가격은 비싸다며 안 좋아하더라구요. 힐튼이 조금 더 푸근(?)하고 묵직한 맛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슈가아이싱 쿠키는 어디서 먹어도 비슷할 것 같아서, 이 날은 그냥 패스!



다녀와보니 대충 외국인 40%, 한국인 60% 정도의 비율이었습니다. 외국인은 20~30대 젊은이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 한국은 20대로 보이는 커플들과, 동네 주민분들, 그리고 아이 데리고 온 가족들이 주류더라구요.
분위기가 자유로워 야외 캐쥬얼 스탠딩파티에 온 느낌도 살짝 들었습니다. 사알짝. 공간이 조금 더 여유있었으면 서서 먹을 테이블을 좀 더 준비할 수 있었을텐데, 빠듯하다보니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도 공간은 혼란스럽지 않게 잘 배치 되어있었습니다.


주로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먹거리 위주로 소개했는데, 병음료나 와인 또는 포장된 음식 등 집에 가져가서 먹을 수 있는 것들도 많았고, 아이들에게 외국인 한 분이 유창한 한국말로 외국 문화를 설명해주는 부스도 있었습니다. 구연동화 하듯 발랄하게 얘기하셔서 아이들이 흠뻑 빠져들어 듣더라구요.


옛 행사 사진들을 보면 손뜨게 레이스로 만든 크리스마스 크리 오너먼트, 나무공예 오너먼트, 애드번트 캘린더 등 크리스마스 소품들도 많이 팔았는데.. 이 날은 트리 장신구 몇가지 빼고는 물품 판매가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마켓에서 애드번트 캘린더를 득하면, 아마존 독일에서 직구한 물품은 취소할라 했는데... 캘린더를 못 구해서 여전히 직구품 대기상태에 있네요.


작은 마켓이어서 한 1시간~1시간 30분 정도 둘러보고 먹고 즐기기 적당해 보입니다. 이외 기획행사들도 있다 하나, 애초에 먹거리과 소품들을 목적으로 하고 간 것이었기에 마켓만 둘러본 후 나왔어요.

소소하게 즐거운 행사였습니다. 저희는 내년이나 내후년 즈음에 다시 방문하려구요. 성북구 연례행사로 자리잡았으니, 올해를 놓치셨다면 내년에 한 번 방문 해보시길 바랍니다.




행사명 : 2015 유러피언 크리스마스 마켓
시기 : 매해 11월 말 ~ 12월 초
주관 : 성북 글로벌 빌리지 센터
홈페이지 : http://global.seoul.go.kr/seongbuk/
장소 : 4호선 한성대입구역 2번출구 바로 앞 성북천 분수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