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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놀고

[종각] 윤히어로의 캘리그라피 - 마이크임팩트 원데이 클래스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도, 쉽사리 실천하기엔 일상에 변수가 너무 많네요.
회사 그만두었다며 갑자기 연락오는 친구, 최종면접 떨어졌다며 술 사달라는 동기,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야근..

이번에 들은 윤히어로의 캘리그라피 수업도 각종 변수 때문에 한참을 미루어왔습니다. 한 번은 주중 수업 신청까지 해놓고 환불을 받아야 했던 적도 있네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수업을 듣겠다고 처음 결심한 후로 거의 2년 넘게 흘러버렸습니다.


1월 초, 다행히 약간의 기회가 보여 바로 마이크임팩트로 들어가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1월 9일과 16일 토요일 2주 과정으로, 열려있는 것을 보고 바로 잽싸게 신청했어요!

 

요즘 사람책, 핑거스 아카데미 등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 서비스를 통해 여러 작가분들의 캘리그래피 수업들이 제공되고는 있습니다. 그 중에서 굳이 윤히어로 선생님의 수업에 목메왔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1) '캘리그라피'와 '원데이클래스'가 유행을 타기 전부터 수업을 진행해오셨다는 점
2) 기교 없이 기본기부터 가르쳐 주신다는 점

3)도 있긴 해요. 여러 클래스 공고들을 보면서 눈팅을 했었는데, 윤히어로 쌤의 글씨가 제일 마음에 콕 박히더라고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마이크임팩트에서 진행하는 윤히어로의 캘리그라피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수업 1일차]



도착한 강의실.

강연 전문인 마이크임팩트 사옥에서 진행되어 강의공간이 세련되면서 따스한 분위기입니다.
이 날 위에서는 도심 콘서트(?)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화장실 때문에 잠시 윗층으로 올라갔는데, 얼추 200명 쯤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처음엔 공연인 줄 모르고, 사측에서 BGM 깔아준건줄 알았네요.

수업이 진행된 큰 강의실 옆에는 카페 분위기의 스터디룸도 마련되어 있어 공부하는 학생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눈에 척 보니 학생인 태가 나서, 괜히 부럽고 그러더라구요... 나도 대학시절로 돌아가고 싶다ㅜㅜ

 

세팅된 기본 붓펜과 색연필.

 

수업을 시작하면서는 처음엔 간단히 선생님 본인에 대한 소개와, 작품활동 등 경력에 대해 말씀을 해주세요.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시면서 창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사용한 펜에 대해서도 말 해주셨습니다.
이 날 수강생들에게 지급된 기본 붓펜으로 작성한 작품들도 많아서 좀 신기했어요! 강의에 포함되어 제공되는거라고 만만히 봤었는데... 그러고보니 색연필도 독일 국민 브랜드 스테들러로 준비 해주셨네요.

 

짧은 소개 후에는 색연필과 함께 연습부터 시작합니다.

처음엔 가장 기초인 선긋기, 그 다음엔 자음 쓰기 연습.
수업에 집중하느라 수업 중에는 사진을 못 찍고, 포스트 작성 하면서 샤삭 찍어 올립니다.

 

자음 쓰기를 마친 후 잠시 휴식시간에 들어갔어요.


 

휴식시간에는 연습하며 무뎌진 색연필도 깎고, 뒤에 선생님이 가지고오신 도구들도 구경하였습니다.
다양한 색의 컬러 붓펜들이 여러 굵기로 준비되어있어서 조금씩 써보았어요.

이날 에보니로 만든듯한 뭉툭한 심이 있었는데, industrial 한 느낌으로 잘 써지더라구요.

 

휴식시간 후 모음연습까지 한 다음에는 펜으로 단어 쓰기 연습을 했어요.

색연필로 연습할 때까지만 해도 글씨가 생각보다 예쁘게 써져서 "난 캘리그래피 천재야" "역시 난 손재주가 있어" 하면서 자만하고 있었는데, 펜으로 쓰기 시작한 순간 급격히 겸손해지게 되었습니다. 꾹꾹 눌러써도 굵기가 일정한 색연필과 다르게 붓펜은 굵기 조절까지 해야 되어서, 손과 종이 사이에 적절한 간격을 주기 위해 펜을 쥐는 힘 누르는 압력 등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작고 얅게 쓰기 어렵다보니 처음에는 저렇게 우악스럽게 크게만 그렸네요..

붓펜으로 글씨 쓰는 연습을 더 한 뒤, 준비된 종이컵에 예쁜 문구를 써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종이컵 사진은 없습니다 버렸거든요....

버리지 않도록 예쁘게 잘 쓰자는 선생님의 격려에 일단 집에는 가져왔는데.. 망해도 너무 처참하게 망해서 종이컵 위에 잔뜩 연습한 뒤 집에 가져오고 버렸어요.. 이렇게 1주차 과제 안녕...

  



1주차 수업을 통해 "나는 숨겨진 캘리그라피 고수가 아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닫고 열심히 연습을 시작했..
다고 하고 싶은데 하필 저 주에 점심 저녁으로 약속에, 월화에는 야근까지 있었어요.

평상시엔 약속도 잘 안 잡고 야근도 적은 편인데, 어떻게 딱 캘리 연습을 해야 하는 주에만 이런지ㅜ_ㅜ

2주차 수업 직전엔 고양이 만화방에서 주말 데이트를 했는데, 야옹이들이 이 날 따라 책상을 3시간 동안 점령했습니다.
평소에 만화 볼 때는 고양이들이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캘리 연습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날은 극심하게 앵기네요. 역시나 훼방놓기의 귀재들. 심지어 수업 가야해서 애들 흔들어 깨우는데도 미동도 안 해, 결국 만화방 언니가 오셔서 직접 들어 옮겨줬습니다.



요약 : 연습을 충분히 못 한 것에 대한 변명..

 



[수업 2일차]

그렇게 목도리에 고양이 털 잔뜩 묻히고 수업에 입장했습니다. 홍대에서 바로 택시 탔는데 10분 지각까지 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헣ㅎㅋㅋㅋㅋㅋㅋㅋㅋ

2일차 수업 때는 조별로 좌석을 모아 앉아, 간단한 복습 후 선생님이 화면에 띄워주신 문구들 위주로 글씨 쓰기 연습을 하였습니다. 문장쓰기를 하며 글씨의 높낮이를 달리하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리듬감 있게 높낮이를 바꾸는게 영 쉽지 않네요.


글씨를 굵게 쓰면 오히려 굵기 조절이 어려워, 펜으로 쓰듯이 가늘게 선을 뽑기 시작했어요.

학생들 연습 할 때 선생님이 좌석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조언도 해주시고 시범도 보여주셨는데, 이거 가늘게 뽑는거 매우 어려운 거라며, 잘 한다고 계속 해보라고 칭찬해주시더라구요!

선 가늘게 쓰는 것 외엔 칭찬 해주실 게 없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칭찬 받아 기분은 좋았어요! 선생님이 방긋 웃으시며 칭찬 해주셨으니 믿을거에요!



저번 주에는 종이컵으로 작품 만들기를 했고, 이 주에는 카드와 캔버스에 그리기를 했습니다.
펜과 색연필에 더해 캔버스까지 준비해주시는 꼼꼼함에 감탄했어요.

꼭 쓰고 싶은 문구가 있어서 계속 그 문구를 연습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선생님에게 SOS를 쳤어요.


그랬더니 금세 글씨를 스샥 써주시는...

심지어 내용에 걸맞게, 글씨들도 더욱 '단단히 움츠러들어'보이게 따닥따닥 붙여서 써주셨더라고요.
글귀를 어떻게 시각화 할 것인지에 대해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슥슥 써내려가시는 모습을 보니 '아, 이런게 내공이구나' 싶더라고요. 꾸준한 노력 끝에 체화된 것이겠죠

처음엔 선생님 글씨를 그대로 베껴야지 생각했는데, 눈은 멀쩡해도 손이 안 따라주다보니 아무리 해도 느낌이 안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필사하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 선생님이 써주신 단어 배열과, 일부 획들의 각도를 변형한 것을 차용해서 써보았어요.

 

결국 수업 중에는 완성을 못하고 며칠 지나서야 마음 졸이며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갔습니다.
윗부분은 마음에 안 들지만, 아랫부분은 그래도 괜찮게 나온 것 같아서 한 50% 정도 만족하고 있어요.


문구는 직접 생각하였습니다. 큰 시험을 준비중인 친구가 있는데, 아무래도 자신과 자신의 목표에만 오롯이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쏟을 에너지가 없어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소중하더라도 그들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도저히 남지 않는 때가 있잖아요. 자신에게만 신경을 쏟아도 힘이 부족한 시기, 남에게 제 고충을 이야기하기조차 버거운 시기.. 단호하게 결심을 한 그 친구가 기특해, 혹 누군가가 서운함을 이야기 하더라도 흔들리지도 약해지지도 않고 굳건히 집중하기를 바라는 의미로 써 보았어요!





윤히어로 선생님의 수업에 들어가면 강의실 입구에 선생님이 직접 적은 글씨들이 붙여져 있어요.
매 수업 전에 직접 적은 글씨로, 수업이 끝나면 자유롭게 가져가도 된다고 합니다.



사진은 강의실에서 가져온 작품. 첫 날 수업이 끝나고 사람들이 후다닥 글귀 하나, 또는 둘 씩 챙겨서 가는 모습을 보고 동작이 느린 저는 안타까워 했는데.. 마침 제가 제일 갖고 싶던 글귀 하나만 딱 남아있더라고요!

좌우명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살아가며 마음 속에 새겨놓고 곧잘 떠올리는 글귀에요. 힘들 때는 위로가 되고, 행복한 때에는 이 글귀를 떠올리며 더욱 절실한 마음으로 행복의 순간을 붙잡게 되더라고요. 좋아하는 글귀를 윤히어로 쌤의 글씨로 갖게 되어 정말 기쁨니다.

 


한참 전부터 기대해왔던 수업이었고, 그 기대를 듬뿍 충족시켜주는 수업이었습니다.
처음이라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선생님께서 자음과 모음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가르쳐주셔서 하나하나 배워갈 수 있었어요. 주변에 캘리그라피 잘 쓰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이 친구도 처음에 윤히어로의 캘리그라피 강좌를 통해 입문했다고 하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 manwritingpoem 으로 치면 나와요 :))

아직 한참 서투른 솜씨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저도 언젠가 선생님의 말대로 글씨를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을 전달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해볼게요 선생님!



윤히어로의 캘리그라피

강사  윤영웅 선생님 (윤히어로)
수강처  마이크임팩트스쿨 (http://micimpactschool.com)
기간  상시 업데이트. 2주 강의 (2회, 각 2.5시간) 또는 1일 강의 (1회, 5시간)로 진행
난이도  입문자용 (이전엔 리마인드 강의 개설된 것을 보았는데, 요즘은 모르겠네요)
수강료  55,000 (재료비 일체 포함) / 신청시 저서 "윤히어로의 감성 캘리그라피" 별도 구매 가능.



*



첫 주차 수업을 마치고 신나서 교보에서 선생님 저서,「윤히어로의 감성 캘리그라피」도 구매했어요.
더 연습하고 싶은 마음에 구매해, 요즘도 점심약속 없는 날에는 회사에 들고 가서 점심시간에 틈틈이 연습하고 있어요.

수업 강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책이다보니 내용이 정말 꼼꼼하게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책으로 독학하는 것보다는 선생님께 직접 지도도 받을 수 있는 현강이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예습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먼저 본 후 후에 강좌를 듣거나, 저처럼 강좌부터 들은 후 잊지 않기 위해 책으로 복습하는 것도 괜찮을 듯!

(집에 사 놓고 포기한 타 작가 캘리그라피 책만 두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