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데이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 이런 기념일들을 마치 월례 이벤트마냥 꼬박꼬박 챙기는 성격이라, 항상 기념일을 앞두고 2주 정도는 아이템 선정과 준비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10년도 이래로 매 해 남친이 있건 없건 꼬박꼬박 발렌타인을 챙겨오다보니, 올해에는 드디어 능숙하게 베이킹을 해내어 뿌듯함에 포스팅을 작성합니다.
올해의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Pinterest와 구글을 얼마나 뒤졌는지 몰라요.. 영 마음이 가는 메뉴가 없어 한참 레시피들을 뒤적이다가, 초콜렛과 생크림과 라즈베리로 만든 Trifle 의 색감에 영감을 받아 퍼뜩 아래 조합이 떠올라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이름하여 레드커런트 가나슈 초코컵케익!
레드커런트는 원래 좋아할뿐더러, 산딸기에 비해 더 시큼하면서 가벼운 맛이어서 선택했어요. 초코컵케익은 13년도 발렌타인 때에도 해보았던 메뉴라 자신있게 고를 수 있었습니다.
만약 13년도 때 만들어서 다른 남자에게 줬더라면 차마 제 남친에게 컵케익을 만들어주지 못했을테지만, 다행히 13년도에는 의리 초코(컵케익)을 만들었던 것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컵케익으로 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베 초콜릿은 앞으로 만들지 않을거에요..)
구글에 red currant chocolate cupcake 으로 검색하자 딱 제가 생각한 이미지에 맞는 컵케익 레시피가 두 개 뜨더라구요.
둘 다 클릭하시면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하나는 BakeNoir의 Red Currant Chocolate Cupcakes 였고
두번째는 SnixyKitchen의 Gluten-Free Double Chocolate Cupcakes with Raspberry Red Currant Filling 이었습니다.
BakeNoir는 레시피도 레시피지만 마치 푸드스타일리스트처럼 감각적으로 배치된 사진들이 멋진데, 보아하니 더 이상 운영은 안하는 것 같더라고요. SnixyKitchen은 글루텐프리 레시피도 많아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두 블로그 중 BakeNoir의 레시피대로 요리했습니다. 빵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BakeNoir는 가나슈로 토핑하고 SnixyKitchen은 버터크림 프로스팅을 했더라고요. 버터크림보다는 가나슈가 쉬울 것 같아 가나슈 초코 컵케익으로 결정했습니다.
유일한 과정샷.
요리블로그는 아무래도 못하겠어요. 레시피의 난이도를 떠나, 요리하다가 중간에 사진기를 꺼내기가 영 번거로운..
레시피에는 반죽을 굽기 전 위에 레드커런트 몇 알을 얹고 오븐에 넣으라던데, 새까맣게 잊고 바로 구웠어요. 나중에 결과물을 먹어보니, 가나슈 맛이 진한 초코맛이다보니 반죽에 레드커런트가 촉촉 박혀있으면 상큼하겠다 싶더라고요.
오븐 온도는 180도씨로 유지하라 되어있으나, 전 미니오븐을 사용해서 200도씨로 했어요! 이전에 미니오븐 사용했던 친척동생이 팁을 주길 미니오븐은 진짜 오븐보다 화력이 약해서 레시피보다 10~20도 정도 높게 예열을 해야 한다 합니다.
이것도 과정샷이라면 과정샷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전 생화케이크를 참 좋아하는데, 서울에서 파는 생화케익은 디자인이 너무 천편일률적이어서 자주 사지는 못하겠더라고요. 하나의 모임에서 2번 이상 생화케이크를 사용하면 사람들이 케이크 똑같은걸로 주문해서 재탕한줄 알더라고요ㅜ_ㅜ
항상 과일과 꽃을 함께 장식하면 예쁠 것 같다 생각했어서, 레드커런트 토핑에 곁들여 대도꽃시장에서 사온 왁스플라워를 꽂았습니다. 선물용이고, 이런 부분에 민감한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꽃 대는 호일로 감았습니다.
헌데 먹기 전 꽃을 뽑을 때 호일이 안나오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호일이 벗겨진 꽃들과 안 벗겨진 꽃들을 확인해보니, 벗겨진 꽃들은 꽃대가 매끄러운 반면 안 벗겨진 꽃들은 꽃대에 있는 돌출부가 호일을 잡아주어 꽃을 뽑을 때 함께 나온거였습니다.
결국 선물하기 전에 호일이 딸려나오지 않는 일부 꽃들은 제거했습니다. 선물 받은 분이 드셨다가 호일 씹느니 장식을 아예 안하는게 훨씬 나으니..
그래도 레드커런트와 왁스플라워의 조화 자체는 괜찮죠?
컵케익에는 큰 꽃장식을 하기 어려우니까, 나중에 혹여 케익을 구울 일이 있으면 그 때 다시 시도해봐야겠어요.
아무래도 큰 케익이면 꽃대를 덜 자를 수 있다보니, 꽃을 뽑을 때 호일이 잘 붙어나올 수 있을 듯 합니다.
호일이 함께 뽑히지 않는 꽃장식들은 제거하고, 함께 뽑혀나오는 경우엔 슬쩍 다시 꽃았어요.
빈 구멍들을 메우기 위해, 생화장식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구매한 2mm 아라잔을 뿌렸습니다.
뽑힌 후 책상위에 널부러져있는 생화 장식들이 눈에 밟히네요..
시제품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오늘 (12일 금요일)에 회사 팀분들에게 선물로 드렸는데 맛있다며 좋아해주시더라고요 :)
팀분들에게 돌리고 7개가 남아 6개는 회사 간식테이블에 놓고 하나는 제가 직접 먹었는데.. 제가 만들어놓고 이러기 뭐하지만, 하나 더 먹고 싶은 마음 참느라 혼났어요. 가나슈 토핑은 진하고 농밀한데에 비해, 빵 부분은 반죽을 할 때 물 대신 쌉쌀한 커피를 넣었더니 가나슈의 단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초코향이 느껴지면서, 끝맛은 커피의 여운이 남더라고요.
데코의 경우, 가나슈를 그냥 바른 컵케익보다는 짤주머니에 넣고 깍지 껴서 돌려짜준 컵케익들이 더 예뻤습니다. 토핑을 한 직후에는 그닥 차이가 없는데, 공기에 노출되고 시간이 좀 지나 가나슈가 살짝 굳어 반들반들해졌을 때엔 깍지로 모양을 잡아준 애들이 더 예쁘더라고요.
이제 시제품이 성공했으니, 본경기인 14일자 컵케익들 성공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직접 먹어보니 더욱 만족스러워 자신이 있네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습작에 재료의 2/3을 사용해서 14일에는 이제 컵케익 12개 밖에 못 만드는 상황입니다.
우선 빵들을 구워낸 후, 방산시장에 후딱 들러 가나슈에 들어가는 초콜릿을 더 사올지 고민해보아야겠습니다.
컵케익 한아름 더 구워낸 후 포스팅에 분량 추가할게요 :)
준비과정에 사용한 쇼핑리스트와 레시피 정리본(영어)는 참고차 아래에 첨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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